[베이스볼 브레이크] ‘오독의 일상화’ 비디오판독, 그 근본적 모순

입력 2017-07-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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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적으로 출범한 KBO 비디오판독 센터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제대로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비디오판독을 했는데도 또 오심이 나왔다. 판독 센터장이 10일짜리 징계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일이 터진 것이다. 이쯤 되면 사람 문제가 아니다. 비디오판독의 구조적 결함을 말할 단계다. KBO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대책도 마련하고 싶을 터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지금 당장 KBO가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사진|KBSN SPORTS 캡쳐



● 왜 판독센터는 자꾸 오독을 할까?

KBO는 29일 대전 LG-한화전 홈 세이프-아웃 판정을 무려 7분 넘게 봤음에도 결국 제대로 못 봤다. 당시 지상파 3사 계열 스포츠전문케이블TV 4D화면은 판독센터의 세이프 결정을 근거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에 관해 KBO는 30일 “4D 화면은 판독센터가 다루는 범위 바깥이다. 판독 위원들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봤음에도 판독 불가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으니 오독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징계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는 오독이 됐지만 과정은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29일의 ‘오심’은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던 21일 울산 삼성-롯데전 손아섭의 홈런을 놓친 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고, 판독위원들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적 오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곧 판독센터의 기술력의 한계를 자인한 꼴밖에 안 된다.

지난 21일 손아섭의 타구 장면. 사진|MBC SPORTS+ 캡쳐



● 미봉책으로 해결될 일인가?

현 시점에서 KBO가 마련할 현실적 대안은 지상파 3사 계열 스포츠케이블의 화면 지원을 받는 것뿐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4D 화면이나 더 선명한 프레임이 있다면 판독 결정 전에 방송사가 틀어줬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어떻게든 오심을 막고 싶은 KBO의 심정이야 이 해되지만 ‘이러려고 30억 원을 들여 판독센터를 마련했느냐’는 질문 앞에 궁색해진다.

스포츠케이블의 모 인사는 “비디오판독은 하나의 심판이다. 이 심판의 실력(기술력)이 어디가 중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 자체가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비디오판독이 공정성과 권위를 담보하려면 판독센터의 기술력이 방송사 수준으로 올라와야 될 일이다. 현재 판독센터는 지상파 계열 스포츠케이블의 최첨단 카메라 화면을 받을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스포츠케이블의 전폭적 협조를 구해야 판독이 제대로 될 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판독센터는 30억 원을 어디다, 어떻게 썼느냐’는 질문에 직면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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