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 황목치승 “야구 위해 국적 포기 안했다”

입력 2017-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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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황목치승은 KBO리그에 입성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릎과 발목 수술을 받아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꿈을 놓지 않은 덕분에 1군 선수라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특히 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선수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우리 팀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입니다.”

LG 구단 관계자는 황목치승(32)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 그는 지난달 26일 잠실 넥센전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슬라이딩에 이어 2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빼어난 호수비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무엇보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선수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황목치승이 경기에 나가는 동안 벤치를 지켰던 오지환(27)이 “치승이 형의 플레이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본인에게도 최근 활약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를 만났다.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2루에서 LG 이형종의 안타 때 2루 대주자 황목치승이 넥센 박동원의 태그를 피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원심은 아웃이었으나 LG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서 세이프로 번복됐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야구가 하고 싶어 국적 포기 못했다”

황목치승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한국에 살았지만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나왔다. 교토국제학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아세아대학으로 진학했고,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었다. 그가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건 ‘우연’이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제주도에서 일본 3개팀과 한국 3개팀이 친선경기가 열려서 출전했는데 당시 그 경기를 보고 계셨던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님이 스카우트를 제안했다”며 “처음에 아버지 반대가 심했는데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가고 싶다’고 한 달간 졸랐다. 마침 일본에 친척도 있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나에게 야구를 권유했던 친구와 함께 넘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일본 유학생활은 길어졌다. 그런데 2011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상 때문이었다. 그는 “무릎, 발목 수술을 받았다. 너무 아파서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팀에서 귀화를 권유했다. 야구를 그만둬도 사회인 야구팀과 연계된 회사에 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얘기였다. 고민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았다. 야구를 하고 싶어 넘어온 일본에서 일반 회사원으로 살 수는 없었다. 이유는 또 있었다. 그는 “일본에 남으려면 국적을 포기해야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며 “2011년 군 복무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LG 황목치승. 스포츠동아DB



● “1~2경기 잘 했다고 좋아할 수 없다”

황목치승은 군 복무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았지만 면제 판정을 받았다. 부상이 그만큼 심각했다. 결국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야구를 다시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 야구는 운명이었다. 아버지를 도우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던 어느 날 제주도에서 세계생활체육대회가 열렸다. 주위 형들과 친구들의 권유로 대회에 출전했다가 덜컥 그가 속한 야구팀이 우승을 했다. 그는 “알루미늄 배트로 경기를 한다고 해서 한 번 출전해봤는데 그때 다시 야구의 재미를 느꼈다”며 “발목이 아파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회가 끝나고 형들이 자꾸 다시 야구를 하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이듬해 입단테스트를 받고 고양 원더스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타고난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독립구단 고양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2013년 10월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다. 물론 현재 그의 보직은 ‘백업’이다. 1군에서도 대주자나 대수비로 경기에 출장한다. 그러나 황목치승은 오히려 “LG에 와서 기회를 많이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난 운이 좋다. 2014년부터 꾸준히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50경(48경기) 가까이 출전했다. 올해는 한 달 전에 올라와서 매 경기 8~9회 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는 정말 나도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한 주였다. 그러나 1~2경기 잘 했다고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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