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③] 이외수 “알파고가 바둑 이긴들 예술은 사람의 영역”

입력 2017-08-3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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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③] 이외수 “알파고가 바둑 이긴들 예술은 사람의 영역”

소설가 이외수는 그가 이룬 문학적 위업과 별개로 겉모습만으로도 예술가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람이다. 마치 이마에 ‘나 예술가’라고 종이에 써 붙인 것 같은 풍모다.

이런 그이기에 만약 이외수 작가가 SNS를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자신의 속내를 숨겼다면 그는 대중에게 험한 욕을 듣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왜 그는 대중에게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남지 않았던 것일까.



Q. SNS 뿐만 아니라 예능에도 종종 출연했다. 일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A. 없었다. 나는 사실 예능 출연 전에도 안팎으로 늘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가식보다는 진실을 추구하고 솔직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Q. 그러나 이런 솔직함을 불편해 하는 이들도 있다.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과의 법적분쟁도 겪지 않나.

A. 세상이 다 진실을 보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예로 나를 공격하는 이들은 내가 머물고 있는 이 감성마을을 두고 지자체에서 국민의 혈세로 내게 어마어마한 특혜를 준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화천군이 내게 여기를 헌납한 것처럼 알리고 선전, 선동을 하지만 이 공간에 내 소유는 아무 것도 없다. 손바닥만한 땅도 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사실이 아닌 그들의 공격에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Q. A.I 등과 같은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질 직업으로 글 쓰는 분야가 늘 거론된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A. 과학 기술이 분명 생로병사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픈 것을 안 아프게 해준다던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희로애락의 문제는 어쩔 것인가. 사람은 물질적인 것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영젹 요소도 함께 지닌 존재다. 지금 과학이 이런 부분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구는데 이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Q. 그만큼 감성보다 이성이 중시되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A.I가 발전해도 예술의 영역까지 들어오지는 못하는 걸까.

A. 요새 사람들은 감성을 무가치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둬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곧바로 A.I가 세상이나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사는 우주의 본성을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란 만물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인데 이것을 A.I가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겠는가. 그 정도까지 되려면 A.I가 굉장한 진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Q. 창작분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창작이란 무엇이고 영감이란 무엇인가.

A. 누군가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건 창작 행위를 기술적인 면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기술은 반복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습득이 가능하지만 창작은 다르다. 이 부분은 영적,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창작하는 인간과 신의 교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감(靈感)이라고 하는 것이고 이것은 어느날 머릿 속을 갑자기 스치는 것이 아니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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