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실력자 多”…‘수상한 가수’, 8회 연장 넘어 정규 예능될까

‘자기복제’에서 새로운 음악 예능으로 거듭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tvN ‘수상한 가수’이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CJ E&M스튜디오에서 열린 tvN ‘수상한 가수’ 기자간담회에는 강호동, 이수근, 김형석, 박소현, 붐, 허영지, 김종현(뉴이스트), 홍석천, 민철기 PD 등이 참석했다.

‘수상한 가수’는 인기 스타들이 무대 뒤 ‘진짜 가수’의 ‘복제 가수’로 빙의해 무대를 꾸미는 음악 예능이다. 한때 반짝했던 옛 가수부터 오랫동안 무명의 그늘에 지쳐 포기 직전인 가수,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던 만년 신인 가수들까지, 우리 주위에 숨겨진 수많은 실력 있는 가수를 양지의 무대로 이끌어내는 책임 육성 프로젝트로 자리잡고 있다. MBC ‘복면가왕’ 흥행을 이끈 민철기 PD가 tvN 이적 후 처음 선보이는 예능프로그램으로써 애초 기획된 분량을 넘어 ‘레귤러 프로그램’(고정 정규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민철기 PD는 “애초 8회를 기본으로 시작했다가 반응도 좋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8회 연장하기로 했다. 향후에도 반응이 좋다면 계속 연장할 생각”이라며 “앞으로 내용적인 변화가 있다면 무명 가수라고 해서 히트곡이 없는 분도 있지만, 한번 히트곡을 냈다가 가수로서의 업을 이어가지 못한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을 섭외하려고 한다. 또 진짜 가수와 복제 가수가 개인적 친밀관계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도 앞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꿈이란 게 무엇일까. 힘들지만 꿈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한 사람 한 사람 사연을 듣고, 노래도 감상하며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주신다면 보람차게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연장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수상한 가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보는 사람은 보지만, 아직 프로그램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복면가왕’의 ‘아류작’으로 인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배경에는 ‘복면가왕’ 연출에 참여했던 민철기 PD의 영향이 크다.

민철기 PD는 “‘수상한 가수’가 ‘복면가왕’의 역발상이라고 했던 게 진짜 가수를 공개했을 때, 긴장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우려가 됐기 때문에 이 장치를 썼다. ‘복면가왕’은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주로 나와서 누구인지 알아가는 추리, 맞히는 재미, 가면을 벗었을 때 놀라는 것이 있는데 인지도가 낮은 사람은 그게 어렵더라”며 “그렇다면 실력은 있지만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인지도가 부족한 사람이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사연을 말했을 때 얼마나 주목할 수 있을까, 그래서 무명 가수를 어떻게 띄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서바이벌도 생각했지만, 가수 지망생이면 상관없는데 사연 많고 빛을 보지 못한 분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공감하고 재미있으면서 사연과 노래를 전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화 ‘미녀를 괴로워’를 생각했다. 복제 가수를 통해 진짜 가수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말을 하는지를 통해 진짜 가수의 사연과 노래에 집중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만족하는 것은 이분들의 사연과 노래를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것이다. 행사를 하건 방송 무대에 설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만족한다. 불만족스러운 것은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과 환희를 화면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을 안방까지 전달하는 게 과제이고 매주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진짜 가수를 알리는 데 진정성을 담은 고민을 드러낸 연출자. 출연자들 역시 진짜 가수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실력자들을 알고 싶은 마음은 하나다.



메인 MC인 강호동은 “프로그램을 매번 녹화를 하면 할수록 세상에 많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력자들도 참 많다”며 “사연과 노력 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근 역시 “매주 힐링하러 온다.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며 “우리 프로그램이 방송할 때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다. 그런데 휴대전화로 많이 보는 것 같다. 규제를 해서 시청률을 많이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밖에 출연자들 역시 진짜 가수와 복제 가수와의 교감을 통해 진짜 가수들을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상한 가수’ 제작진과 출연진은 한마음, 한 목소리로 미쳐 알아 보지 못한 실력자들을 알리고, 그 속에 숨은 사연까지 전하고 공감하고 싶다고 한다. 이들의 바람은 8회 연장을 넘어 정규 프로그램으로 이어갈지 주목된다.

‘수상한 가수’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20분 방송된다.

일산|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