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동안 3골…미러클 이승기

입력 2017-09-1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북 현대 이승기(가운데)가 벼락같은 ‘해트트릭’ 쇼로 팀의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9월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강원FC전에서 7분 사이(전반 14분, 19분, 21분)에 3골을 올렸다. 동료 박원재(왼쪽)와 한교원의 축하를 받고 있는 이승기.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강원전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K리그 역대 최단시간 대기록

3차례 슛이 모두 골망 속으로
“슛 할때마다 득점될 줄 몰랐다”
전북, 강원 잡고 선두 독주 체제


킥오프 44초 만에 원정 팀에 골을 내줬다.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승리를 염원하는 폭죽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 가닥 코털이 뽑힌 전북현대는 더욱 무서웠다. 전북은 9월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정규리그 28라운드에서 맹렬한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그 중심에 왼쪽 날개로 출격한 이승기(29)가 있었다.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이승기발’전북의 쇼 타임은 0-1로 뒤진 전반 14분 시작됐다.

원 톱 에두(브라질)의 패스를 잡은 이승기는 강원 수비수 2명의 사이를 침투한 뒤 날카로운 궤적의 오른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5분 후에는 기존의 오른쪽에서 왼쪽 풀백으로 포지한 최철순이 길게 넘겨준 크로스를 트래핑 해 왼발로 꽂아 넣었다. 전반 21분에는 오른쪽 풀백 박원재가 연결해준 볼을 받아 다시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전북 이승기. 사진제공|전북현대


완벽한 공간 포착에서 비롯된 정확히 3차례의 슛 시도, 시즌 4·5·6호 골과 함께 7분 사이 작성한 이승기의 프로데뷔 첫 해트트릭은 역대 K리그 최단 소요시간 기록이었다. 2016년 8월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 고경민, 2004년 8월 울산현대 제칼로(브라질)의 10분을 3분이나 단축했다.

다만 전반 킥오프 이후 최단시간 해트트릭은 2011년 8월, 18분 사이에 3골을 뽑은 전북 김동찬(현 성남FC)이 보유하고 있다. 6년 전에도 불명예를 뒤집어 쓴 강원은 다시금 전북을 상대로 달갑지 않은 기록을 떠안게 됐다.

물론 본인 스스로도 크게 놀랐다. 득점할 때마다 멋쩍은 미소를 짓던 이승기는 하프타임 때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이렇게 슛을 할 때마다 득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다소 당황했다는 후문.

전북은 전반 종료직전 에두의 골까지 더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후반 2골을 허용해 위기도 있었지만 패배는 피했다. 17승6무5패(승점 57)로 2위권과의 격차도 2경기(6점)로 벌려 선두독주 체제를 단단히 굳혔다.

올 시즌 이승기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3월 수원삼성 원정에서 전방 십자·내측 인대를 다쳤다. 동계훈련을 착실히 소화하며 의지를 불태우던 부활이 잠시 미뤄진 순간.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긍정의 아이콘답게 일어섰고 여름이 찾아오자 더욱 힘을 냈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도 7월 1골, 8월 2골, 9월 첫 경기 3골로 차츰 탄력을 더했다. 전북에서의 애칭, ‘승리의 폭풍질주’다운 활약을 선보인 이승기는 “꼭 잡아야 할 경기”라며 승점 3을 고대하던 전북 최강희 감독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