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명 속출했던 여자배구 드래프트 현장의 명암

입력 2017-09-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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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가 11일 실시한 ‘2017∼2018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40명의 드래프트 참가자 중 16명만이 프로무대와 인연을 맺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누군가는 부와 명예의 플랫폼에 선다. 그 반면 다른 누군가는 운동을 계속 해야 될지를 고민한다. 종목 불문 신인 드래프트장의 풍경이다.

11일 서울 홍은동 힐튼호텔에서 2017~2018 KOVO 여자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40명의 고졸 예정 선수가 참가했다. 이 중 여자 6개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16명이었다. ‘생존자’는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배구 관계자들은 “이번 드래프트는 예년에 비해 대어가 적다”고 평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냈음에도 GS 칼텍스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다. 엔트리(18명)와 샐러리캡(13억 원)을 고려할 때, 무턱대고 신인선수를 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더라도 20대를 앞둔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관문이다.

GS칼텍스는 수원 전산여고의 멀티 플레이어 한수진을 1순위로 선택했다.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을 닮고 싶다”고 웃었지만 차상현 감독은 레프트 혹은 세터로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도로공사는 전체 2순위로 선명여고 세터 이원정을 뽑았다. 김종민 감독은 “원래부터 원했던 선수”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전체 3순위로 “양효진(현대건설)처럼 되고 싶다”던 광주체고 센터 김주향을 호명했다. ‘빅3’외에 인삼공사는 4라운드에서 근영여고 레프트 한주은을 지명해 화제를 모았다. 한주은은 인삼공사 센터 겸 세터 한수지의 10살 어린 막내 동생이다. 자매가 같은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예년 드래프트와 달리 2라운드부터 미지명이 속출했다. 1라운드(계약연봉의 200%), 2라운드(계약연봉의 150%) 지명 때 발생하는 학교지원금에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여자팀들이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IBK기업은행은 정책적으로 무조건 2라운드까지 선수를 지명했다. IBK기업은행 박봉규 부단장은 “(전력 차원을 떠나) 여자배구 학교 발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수련선수 2명을 포함해 총 4명을 최다지명했다. 김 감독은 “엔트리 여유가 있고, 수련선수라도 뽑지 않으면 여자배구 학교들이 사라진다”고 이유를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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