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출범 35년 K리그 최다 해트트릭 주인공은 누구?

입력 2017-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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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은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사이다와도 같다. K리그에 골 맛을 선사한 해트트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9월 10일 강원전에서 3골을 넣고 기뻐하는 전북 이승기(왼쪽). 사진제공 | 전북현대

누가 뭐래도 축구의 즐거움은 골 맛이다. 갈증을 풀어주는데 득점만한 게 없다. 팬들이 90분 동안 박수치며 기다리는 것도 바로 통쾌한 골 때문이다.

그런데 한 선수가 한 경기에 3번씩이나 그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한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바로 해트트릭(Hattrick)이다. 9월 10일 전북 이승기(29)가 홈경기에서 강원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세웠다. 단 7분 만에 시즌 4, 5, 6호 골을 잇달아 터뜨리면서 K리그 사상 최단시간 기록을 작성해 주목을 받았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 K리그 챌린지(2부) 부산 고경민과 2004년 8월 울산 제칼로가 기록한 10분이었다.

기록은 많을수록 좋다. 골 기록은 더욱 그렇다. 해트트릭은 선수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팬 서비스이기도 하다. 올해로 출범 35년째인 프로축구 K리그의 해트트릭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선수 시절 김도훈-샤샤-FC서울 데얀(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성남·한국프로축구연맹



● 통산 167개, 시즌 당 4.8개 기록

지금까지 나온 해트트릭은 총 167개다. 시즌 평균 4.8개. K리그 승강제 시행 이전인 2012년까지 127개, 이후 5년간 40개다. 1부 클래식과 2부 챌린지에서 나란히 20개가 나왔다. 물론 해마다 고른 숫자가 나온 건 아니다.

무려 11회를 기록한 2012년이 해트트릭만 놓고 보면 최고의 시즌이었다.

최초의 해트트릭 주인공은 포항제철 공격수 김희철이다. 출범 첫 해인 1983년 8월 2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유공과의 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청주 운호중~운호고~충북대를 나온 무명의 신인은 이날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그 해 2차례 해트트릭이 나왔는데, 나머지 하나는 유공 박윤기의 몫이었다. 9월 22일 국민은행과 경기에서 작성했다.

개인 최다기록은 3명이 공동 1위다. 유고 출신 샤샤와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FC서울), 김도훈(현 울산 감독)이 6회로 최다기록이다. 부산~수원~성남을 거치며 10시즌을 K리그에서 뛴 샤샤는 통산 104골을 기록한 발군의 스트라이커였다. 2007년 인천에 입단한 뒤 이듬해 서울로 둥지를 옮긴 데얀은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어 최다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전북과 성남에서 9시즌을 뛰며 114골을 기록한 김도훈이 가장 앞선다. 특히 김도훈은 2003년에만 3차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최근 38세의 베테랑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화제를 모은 이동국(전북)은 총 5회를 기록 중이다.

FC서울 시절 몰리나. 사진제공|FC서울



● 한 경기 3골· 3도움 진기록 소유자는 몰리나

한 경기 한 번도 힘든 해트트릭이 2번씩이나 나온 날도 무려 8차례나 된다. 가장 최근의 기록은 2017년 7월 19일에 작성됐다. 데얀(서울)이 인천을 상대로, 조나탄(수원)이 전남을 상대로 각각 3골을 넣었다. 데얀은 35세 11개월 22일로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도 함께 세웠다. 역대 최연소 해트트릭은 박주영(서울)이 2005년 5월 18일 광주 상무전에서 작성한 19세 10개월 8일이다.

한 경기에서 한 팀의 선수가 나란히 해트트릭을 기록한 경우도 있다.

2000년 10월 11일 수원-전남전에서 나온 데니스와 산드로(이상 수원)가 주인공이다. 한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해트트릭을 주고받은 경우도 2번 있다. 1994년 11월 5일 윤상철(LG)과 라데(포철), 2012년 10월 7일 케빈(대전)과 지쿠(강원)가 대기록 작성자들이다.

2011년 8월 27일은 콜롬비아 출신 몰리나(서울)의 날이었다.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3골 3도움으로 기록하며 혼자서 북치고 장구쳤다. 이는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득점과 도움 해트트릭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무이한 진기록이다. 몰리나는 한 경기 최다 공격포인트(6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전북 이승기는 최단시간 소요 해트트릭 기록을 갖고 있지만, 킥오프 이후 최단시간으로는 21분으로 역대 2위 기록이다. 최고는 전북 김동찬이 2011년 8월 6일 강원전에서 세운 18분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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