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베이징 키즈’가 이끌어갈 KBO리그를 기대하며

입력 2017-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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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선 총 100명의 아마추어 기대주들이 프로 10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그 중 무려 81명은 고교 졸업 예정의 청소년선수들이다. SK와 한화는 아예 10명 전원을 우리 나이 열아홉, 열여덟 살의 어린 선수들로 뽑았다.

9년 전인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선 한국야구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김경문 감독이 지휘한 우리 대표팀은 8월 23일 아마 최강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거둔 3-2 승리를 비롯해 9전승으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이은 쾌거였다. 1990년대 중반의 영화(榮華)를 잃고 한때 300만 관중도 버거웠던 한국프로야구는 이 같은 성과를 등에 업고 인기를 되찾아 이제는 800만 관중 시대까지 열었다.

베이징의 열기는 당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전파됐다. 심지어 아파트촌의 좁은 빈터마저도 야구배트와 글러브를 쥔 초등학생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이승엽, 이대호, 류현진, 김광현을 동경하며 ‘동네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마치 1982년 이 땅에 프로야구가 생겼을 때처럼, 또 그 같은 분위기 속에 야구를 시작한 꼬마 이승엽처럼 그들 나름대로 진지하게 야구를 배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에 프로의 지명을 받은 고교생들은 9년 전 탄생한 ‘베이징 키즈’의 일부다. 아홉 살, 열 살이던 그들이 내년이면 직업선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들이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KBO리그는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재편됐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다시 조성된 야구 붐을 타고 많은 야구인들과 KBO가 애쓴 덕분에 양적으로는 이제 남부럽지 않은 리그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BO리그는 현재 몇 가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그 가운데는 급격한 구단 수의 증가에서 파생된 것들도 있다. 양적 팽창을 꾀하던 당시에도 선수수급난과 그에 따른 질적 수준의 하락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나, 막상 닥치고 보니 그 이상이었다. 타자에 비해 투수는 키우기 힘들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구단 수의 증가에 맞춰 KBO리그에선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013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친 WBC 예선탈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KBO리그는 이제 양적 확대에 걸맞은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폭발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로 살려나가야 한다. 때마침 ‘베이징 키즈’도 속속 프로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들이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KBO도, 각 구단도 열과 성을 쏟아야 한다. 또 다른 ‘베이징 키즈’가 등장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으길 당부한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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