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3점포 이호준 “은퇴 후에도 기억에 남을 홈런”

입력 2017-09-24 1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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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은퇴를 하고 나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끝내기 홈런이 될 것 같다.”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는 베테랑이지만, 아직 후배들에게 해줄 선물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NC 이호준(41)이 극적인 끝내기 3점홈런을 날리면서 팀을 연패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맏형의 활약 속에 NC는 다시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24일 마산구장. 9회초 1사만루서 LG 유강남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아 1-3으로 뒤질 때만 해도 NC 덕아웃엔 4연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듯했다. 최근 3연패 속에 이미 롯데에 3위 자리를 넘겨준 NC는 침체된 분위기. 이 승부를 9회말에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믿은 이는 몇 명이나 될까.

그러나 야구는 9회말부터였다. 선두타자 박민우가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4번타자 재비어 스크럭스 타석 때 볼카운트 2B-2S에서 LG 투수 정찬헌의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면서 박민우가 3루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스크럭스의 볼넷으로 무사 1·3루. NC 김경문 감독은 김준완 대신 산전수전 다 겪은 이호준을 대타로 투입했다.

물론 여기서 홈런 한방이면 경기는 그대로 끝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호준은 단칼에 승부를 결정지어버렸다. 볼카운트 1B-2S로 몰린 뒤 4구째 한가운데 커브(시속 122㎞)가 날아들자 퇴역을 앞둔 무림의 고수는 칼을 휘두르듯, 전광석화처럼 방망이를 돌렸다. 공은 마산구장 하늘을 비행하더니 왼쪽 외야 너머 관중석에 꽂혔다.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이 터졌고, 후배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맏형에게 물을 뿌리며 얼싸안고 기뻐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이 한방으로 4-3으로 승리한 NC는 최근 3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140경기를 소화하면서 76승2무62패를 기록하며 3위 롯데(77승2무62패)에 0.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3위와 4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3위는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지만, 4위는 5위와 시즌 종료 후 곧바로 포스트시즌 첫 관문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만 한다.

NC는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롯데에 7승9패로 뒤져 동률이 되더라도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따라서 롯데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면 80승62패2무가 돼 NC로선 자력으로 3위가 될 수는 없다. 잔여 4경기를 모두 이겨도 승률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그 희망의 불꽃을 이호준이 살려냈다.

이호준은 경기 후 “사실 홈런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음타자가 모창민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밀어쳐서 우전안타로 연결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변화구가 오면서 타구가 저리(왼쪽) 가더라. 맞는 순간 잘 하면 넘어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홈런이 나와 나도 깜짝 놀랐다. 타격은 이렇게 해야하는 것 같다. 이걸 알 만하니 이제 은퇴를 해야한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끝까지 포기할 수 없지만, 설사 3위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분위기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면서 “후배들에게 쫓기지 말고 즐겁게 경기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산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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