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한산성’을 만난 사연

입력 2017-09-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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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황동혁 감독 반신반의 러브콜에 응답
사카모토 “모든 캐릭터가 아는사람 같아”


일본 출신 영화음악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영화 ‘남한산성’과 만났다. 동양인으로는 처음 1988년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 실력자이자 지난해 역시 아카데미 감독상·남우주연상의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에 참여한 음악가가 380년 전 일어난 우리 역사를 음악으로 그려내 스크린을 채운다.

김윤석·이병헌 주연의 ‘남한산성’(제작 싸이런픽쳐스)은 1636년, 인조14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청 대군의 공격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 임금과 조정이 처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신념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두 신하의 이야기다.

정사를 충실히 따르는 영화는 정통사극임에도 음악을 류이치 사카모토에 맡겼다. 이유가 있다. 영화의 원작소설 각색 작업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한국적 감성을 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음악만큼은 우리 전통과 서양 교향곡을 혼합하길 바랐다.

특히 고립된 인물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 류이치 사카모토가 최적의 실력자라고도 확신했다. 황동혁 감독은 “추위와 굶주림의 ‘레버넌트’나 ‘마지막 황제’를 좋아하는데, 두 영화의 음악을 모두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이 했다”며 “하지만 감히 같이 작업하자고 엄두를 내지 못해 연락할 상상도 하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남한산성’ 제작진이 한 외신인터뷰에서 ‘열려있는 작업을 원한다’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을 발견하면서다. 용기를 내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을 취했고, 시나리오를 건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왔다.

두 달 동안 황동혁 감독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남한산성’의 모든 캐릭터가 마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음악을 맡은 이유를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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