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슬기를 만나게 된 이유는 그가 현재 연극 ‘운빨로맨스’로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 리포터가 아닌 배우로 말이다. 그에겐 무척 익숙한 인터뷰 자리이지만 정반대의 역할로 있어 생경한 기분도 드는 듯 했다.
그가 참여하는 연극 ‘운빨로맨스’는 평소 자신이 운이 없다고 여겨 점집을 찾아다니면서 운명을 극복해보려는 ‘점보늬’와 어린 나이에 건물주로 성공한 알뜰남이자, 자신의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제택후’의 이야기. 박슬기는 극중 ‘노월희’역을 맡으며 멀티녀로 맹활약하고 있다.
연기를 전공한 박슬기에게 연극은 늘 하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 스케줄이 바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따금씩 갑작스레 인터뷰를 해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이 있을 때도 있었다. 이에 자신의 욕심으로 다른 배우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쉽게 출연 결정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동료 맹승지가 하는 ‘운빨로맨스’를 보게 됐고 여러 감정이 그 앞에 지나갔다고. 그는 “웃고 울다가 나왔다. 특히 ‘멀티녀’ 역할을 했던 배우는 뮤지컬을 했을 때 만났던 언니여서 더 눈길이 갔다”라고 말했다.
“우연히 제작팀과 만나게 됐고 미팅을 하게 됐어요. 이후에 오디션을 보게 됐고 합격이 된 거예요. 지금쯤 하면 스케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저는 한 달 정도 연습을 했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라 좀 걱정이 됐어요. 고통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동안 뮤지컬을 했을 때는 노래에 많은 신경을 썼다면 연극은 대사 처리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어느 때보다 연기호흡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습 막바지로 가면서 대사에 탄력이 붙는데 정말 좋았어요.”
대학교에서 연기학과를 나왔지만 방송활동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 올리는 공연도 제대로 참여를 못해 늘 아쉽게 생각했다는 박슬기는 “’운빨로맨스’는 4명이서 해야 하는 거라 어깨가 무겁지만 관객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있어 주저앉을 것 같은 상황에서 힘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연기학과를 나와서 연기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어요. 지금도 언제나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도전하고 싶은 게 제 마음이거든요. 이번 연극에서는 조금씩 힘을 빼는 걸 배웠어요. 예전에 뮤지컬을 할 때는 아무래도 노래를 잘 해야 해서 저절로 연기에도 힘을 주게 되던데 연극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힘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자신 있게 무대에 나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연극 한 편을, 한 회를 공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멀티녀’인 박슬기는 1인 7역을 하고 있어 수십 번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백스테이지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고. 본 공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투른 모습을 보여 속이 상할 때도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옷을 제대로 못 갈아입고 나간 적도 있었다”라며 “결국 감독님께 의상을 못 갈아입을 것 같다고 자신감 없이 말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출자께서 제 말을 들으시고는 ‘다른 배우는 다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치 경종이 울리는 듯한 기분? 하하. 그래서 지금은 미친 듯이 헐벗고 다녀요. 백스테이지 가보시면 장난 아닙니다. 뱀 허물 벗듯이 옷들이 벗겨져 있어요. 하하.”
앞으로 박슬기는 연기를 도전할 생각이다. 소속사를 옮긴 것도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리포터 일도 참 재미있지만 촬영 현장에 있을 때가 정말 행복하다. 스태프들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연기를 하는 게 정말 좋다”라며 “드라마나 공연을 보면서도 ‘만약 내가 저 역할을 한다면’이라고 상상도 해 본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가 주연을 할 만한 깜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극을 잘 살릴만한 외모나, 연기를 갖춘 사람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재미있는 대사를 더 맛깔 나게 살릴 자신은 있어요. 제 개성을 살려서 언젠간 시청자 여러분께 찾아가겠습니다.”
→ 베레랑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컬쳐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