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윤동균부터 이승엽까지…KBO리그 은퇴식에 관하여

입력 2017-09-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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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려 NC가 삼성에 11-1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NC 이호준이 삼성 고별전을 마친 후 이승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나면 헤어지고,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제 곧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NC 이호준은 홈 최종전이 열리는 30일 마산 넥센전에서 은퇴식을 한다. 구단 최초 은퇴식이다. 이호준이 시구를 하고, 두 아들이 시타와 시포를 한다. 그러나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있어 이호준은 은퇴식 뒤에도 경기를 이어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 이승엽은 30일 잠실 LG전을 통해 마지막 원정 은퇴투어를 한 뒤 10월 3일 시즌 최종일에 대구 넥센전을 통해 은퇴경기를 맞이한다. 아내 이송정 씨가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경기 후엔 삼성 구단이 마련한 성대한 은퇴식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승엽은 삼성 역사상 은퇴식을 치르는 7번째 선수가 된다.

은퇴식은 선수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는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추억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록과 추억에 남아 있는 KBO리그 역대 은퇴식을 되돌아본다.

넥센이 준비한 이승엽의 은퇴 투어.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KBO리그에서 은퇴식을 치른 인물은 78명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낙엽 지는 가을이 오듯, 선수들도 뜨거운 시절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생을 다하고 땅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유니폼을 벗어야하는 때가 온다. 그 시기가 개인에 따라 조금 빠르거나, 조금 느릴 순 있어도, 은퇴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가 박철순이라도, 이승엽이라도 예외일 순 없다.

프로야구 역사가 겹겹이 쌓이면서 은퇴식을 연 선수 리스트도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이미 3명이 은퇴식을 치렀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두산 홍성흔이 4월 30일 잠실 롯데전에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고, LG ‘적토마’ 이병규도 지난해 유니폼을 벗은 뒤 7월 9일 잠실 한화전을 통해 공식 이별식을 했다. 이어 SK 박재상도 9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17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인사를 했다.

KBO리그는 지난해까지 총 73명의 은퇴식을 거행했다. 올해 이미 은퇴식을 한 이들 3명과 이번에 은퇴하는 이호준 이승엽까지 포함하면 총 78명이 은퇴식을 통해 팬들과 작별 인사를하게 된다.

이병규의 은퇴식. 스포츠동아DB



●최초의 은퇴식과 은퇴경기 주인공 윤동균의 추억

KBO리그에서 역대 최초 은퇴식을 연 주인공은 OB 원년 멤버였던 ‘불곰’ 윤동균으로 기록돼 있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선수대표로 나서 선서를 했던 그는 불혹에 접어든 된 1989년 8월 17일 잠실 롯데전에서 사상 첫 은퇴식 무대에 섰다. 은퇴식만 한 것이 아니라 은퇴경기까지 치렀다. 당당히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타석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밸런스를 잡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재현한 그는 롯데 선발투수 김시진을 상대로 두 번째 타석까지 침묵하다 세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뽑아내며 대미를 장식했다.

OB는 롯데의 양해를 구하고 이 순간 은퇴식을 진행했다. 윤동균은 그의 애창곡 ‘제비’가 잠실구장에 울려 퍼지는 사이 2루에서 덕아웃까지 걸어가며 일렬로 도열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KBO리그 최초의 은퇴식이 된 이 장면은 아직도 올드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후 해태 김성한이 1995년 9월 24일 무등 롯데전을 통해 KBO리그 2호 은퇴경기를 치렀고, 지난해 SK 전병두(10월 8일 인천 삼성전)까지 17명이 은퇴경기와 은퇴식을 동시에 진행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슈퍼스타라고 무조건 은퇴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은 은퇴식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개인사정으로, 구단과 마찰로, 그 밖의 여러 이유로, 은퇴식을 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난 스타들도 많다.



●LG 한화 SK ‘은퇴식 전문구단’

구단별로 집계해보면 은퇴식을 가장 많이 치른 구단은 LG로 나타났다. 무려 13명이나 된다. 1990년 백인천 감독의 은퇴식을 치러준 것이 시초였다. 일본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으로, 1982년 원년에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하며 4할타율(0.412)을 작성한 백인천이 그해 LG 창단 감독을 맡자 구단은 최종전인 9월 29일 잠실 OB전 때 뒤늦은 은퇴식을 열어준 것이었다.

이어 1995년 비운의 스타 김건우가 구단 역사상 2번째 은퇴식을 통해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1996년엔 구단 최초로 ‘부엉이’ 정삼흠의 은퇴경기가 열렸는데, 정삼흠은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5이닝 1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떠날 때까지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검객’ 노찬엽(1998년)을 비롯해 김태원 박준태(1999년), 김기범(2000년), 유지현(2004년), 서용빈 김정민(2006년), 이종열(2010년), 최동수(2013년)가 줄줄이 은퇴식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올해 이병규가 LG 구단 역사상 13번째 은퇴식 무대에 선 선수가 됐다. 그러나 ‘노송’ 김용수는 은퇴 1년 전인 1999년에 100승-200세이브 달성 기념으로 등번호 41번 영구결번식을 했지만, 정작 은퇴식은 치르지 않았다.

장종훈의 은퇴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와 SK는 12명의 은퇴식 선수를 배출했다. 한화에서 처음 은퇴식을 연 선수는 1997년 ‘깡통’ 이강돈이었다. 이후 현 한화 감독대행인 이상군(2001년)을 비롯해 강석천(2003년), 한용덕 장종훈(2005년), 정민철 송진우(2009년), 김민재 구대성 이영우(2010년), 신경현(2013년)이 줄줄이 은퇴식을 치렀고, KBO리그로 돌아와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코리안특급’ 박찬호(2014년)도 팬들과 공식적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을 맞이했다. 한화는 ‘은퇴식만큼은 가장 잘한다’는 평가 속에 어느새 ‘은퇴식 전문구단’으로 주가를 올렸다. 그 노하우를 다른 구단에서 배워갈 정도였다.

SK는 2000년 창단 구단인 만큼 팀의 역사를 이어가는 프랜차이즈 스타보다는 은퇴 직전에 놓여있던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식을 많이 열어주면서 이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 김성래를 시작으로 2002년 김경기, 2004년 최태원, 2006년 김기태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에게 차례로 은퇴식을 베풀었다. 이어 2010년 정경배 조웅천부터 2011년 김재현, 2012년 김원형, 2013년 박재홍, 2014년 박경완 등 해마다 레전드들의 은퇴식을 마련해줬다. 그리고 지난해 전병두에게 구단 역사상 첫 은퇴경기를 선물했다. 올해 박재상은 구단의 역대 12번째 은퇴식 선수가 됐다.

얼마전 은퇴식을 치른 박재상.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다른 구단들의 은퇴식은?

롯데는 10명의 은퇴식 선수를 내놓았다. 1996년 9월 8일 사직 해태전에서 ‘자갈치’ 김민호와 한영준의 은퇴경기를 동시에 열어준 것이 최초였다. 이후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1997년)에 이어 ‘호랑나비’ 김응국(2004년), ‘탱크’ 박정태(2005년) 등이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주형광(2008년), 염종석(2009년), 박현승 최기문(2012년)에 이어 조성환(2014년)이 은퇴식 명단을 이어갔다.

해태~KIA는 8명의 은퇴식을 치렀다. 1995년 ‘오리궁둥이’ 김성한이 해태 시절의 유일한 은퇴식 주인공이었고, KIA로 넘어오고 나서 2006년 이강철, 2010년 김종국이 영광의 무대에 섰다. 그리고 2012년 5월 26일 광주 LG전에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은퇴식이 펼쳐졌다. 이어 2015년 김상훈과 유동훈, 2016년 서재응과 최희섭의 은퇴식을 통해 팬들과 작별했다.

삼성은 7명이다. 20세기에는 단 한 명의 은퇴식도 없이 지나갔고, 2000년 류중일이 구단 최초 은퇴식 사례로 기록될 만큼 다른 구단에 비해 은퇴식이 늦었다. 그러다 2005년 김현욱과 2008년 김한수, 2009년 전병호, 2010년 김재걸이 구단의 2~5번째 은퇴식을 이어갔다. 2010년 9월19일에는 대구 SK전에서 ‘위풍당당’ 양준혁이 구단 최초 은퇴경기를 성대하게 치렀다. 그리고 이번에 이승엽이 삼성의 역대 7번째 은퇴식이자 2번째 은퇴경기를 맞이하게 된다.

양준혁의 은퇴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은 최초 윤동균 이후 1997년 박철순의 감동적인 은퇴식이 펼쳐졌지만, 은퇴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김민호(2004년), 장원진(2009년)에 이어 올해 홍성흔까지 3명이 추가돼 총 5명의 은퇴식만 치렀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의 6명(2009년 정민태, 2010년 김동수, 2011년 이숭용, 2013년 강병식, 2014년 정수성, 2015년 송지만)보다 적은 숫자다.

10구단 kt는 지난해 신명철과 장성호 2명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9구단 NC는 이번에 이호준을 통해 구단 역사상 첫 은퇴식 무대를 마련한다.

한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구단 중 현대는 은퇴식을 딱 한 차례 진행했다. 2002년 김인호의 은퇴식이 유일한 사례였다. 쌍방울은 마지막해였던 1999년 김광림의 은퇴경기를 열어준 것이 구단의 유일한 은퇴식으로 기록돼 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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