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김동문-나경민, 교편과 라켓으로 갈린 지도자의 길

입력 2017-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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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배드민턴 김동문 해설위원과 라경민 코치 부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살아있는 전설.’

어느 한 분야에서 특정인이 눈에 띄는 업적을 남겼을 때 가질 수 있는 수식어다. 함부로 쓰일 수는 없지만 일단 쓰이기 시작하면 이보다 더 명예로운 수식어는 없다.

한국 배드민턴에는 살아 있는 전설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간 수식어를 가진 이들이 있다. 바로 ‘살아있는 전설의 파트너’ 김동문(42)-나경민(41) 부부다. 둘은 첫 출전이었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우리나라에 가져오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올림픽 영웅들이다. 이후 혼합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14개 대회 연속 우승, 혼합복식 7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2011년 세계 배드민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배드민턴 김동문 해설위원.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복식 파트너로 희로애락을 함께 하던 시절, 둘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껴 2005년 인생의 파트너로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전까지 두 사람의 손에서는 라켓과 셔틀콕이 떠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갈렸다. 남편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아내는 국가대표팀 코치로 후배 양성에 힘을 썼다. 분야가 다르다 보니 흥미로운 모습도 연출됐다.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종종 활약하는 김 교수가 최근 ‘2017 빅터 코리아오픈’에서 아내 나 코치 제자들의 경기 해설을 맡기도 했다.

부부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이유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한 해외선수들을 보며 그들이 속한 나라의 전반적인 체육시스템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나 코치는 현역 시절 단·복식을 오고가며 습득했던 현장 경험을 십분 살려 후배양성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현역시절 숱한 승리로 한국 배드민턴에 크게 기여한 부부는 이제 서로 다른 길에서 다시 한번 한국 배드민턴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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