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K리그 최고의 조커, 그들은 누구일까

입력 2017-10-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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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이원식.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내가 기억하는 프로축구 K리그 최고의 조커는 1996년 부천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원식이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후반 중반만 되면 왠지 그의 출전이 기다려졌다.

벤치 쪽으로 힐끔 쳐다보면 어김없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투입과 동시에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원식은 2006년 대전에서 은퇴할 때까지 11시즌 동안 270경기 중 197경기를 교체 출전했을 정도로 교체 전문이었다. 득점도 73골 중 46골을 교체 투입된 뒤 넣었는데, 통산 교체출전 득점 1위에 올라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후반전의 사나이’, ‘후반전의 해결사’로 불렀다. 키는 크지 않지만(172cm) 폭발적인 돌파와 슈팅 능력이 탁월해 상대 수비가 막기 버거운 공격수로 각인되어 있다.

또 기억나는 선수는 한양대 출신으로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노병준이다. 스피드 하나는 죽여줬다. 후반에 투입되면 상대 수비가 지친 틈을 타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순발력과 과감성이 장점인 훌륭한 조커로 평가받았다. 전남에 이어 포항과 울산, 대구에서 뛰며 2016년 은퇴한 그는 331경기에 출전해 59득점을 기록했는데, 교체로 나서 26골을 넣었다.

선수 시절 노병준.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이처럼 축구에서는 선발 못지않게 조커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또는 우승을 위해서는 3~4명 정도의 뛰어난 조커가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조커로 이름 석자를 알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화된 기량이 필요하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커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대가 오버페이스를 해 지쳤다고 판단될 때는 스피드가 좋은 선수를 부른다.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진을 허물겠다는 계산이다.

반드시 이겨야하는데 상대 수비가 완전히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을 때는 키가 큰 선수나 힘이 좋은 카드를 고른다. 장신을 이용한 세트피스나 고공 플레이로 한방에 제압할 수 있는 카드다.

이기고 있을 때의 교체 투입도 머리를 잘 써야한다. 대개는 발재간이 좋은 선수가 투입된다. 볼을 다루고 소유할 수 있다는 건 시간을 조절하며 추격하는 상대를 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체 시점은 후반 15분 정도로 잡는다. 이 때가 선발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시점이다.

교체 타이밍을 잘 잡는 건 감독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최고의 조커는 누구일까.

올 시즌 클래식(1부) 총 득점(10월19일 현재)은 560골인데, 교체 투입 후 득점은 17.3%인 97골이다. 97골 중 결승골은 25회다. 강원 디에고가 4골로 가장 많고, 강원 문창진과 서울 데얀이 각각 2회씩을 기록했다.

강원 디에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디에고는 올 시즌 12골 중 11골을 교체투입 이후 기록했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광주 완델손도 5골을 기록했는데, 특히 10월 15일 열린 전남전에서 교체 투입된 뒤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시우타임’으로 유명한 인천 송시우도 올 시즌 5골 중 4골을 교체로 들어가 넣었다. 그 중 2골은 1골 차로 지고 있다가 무승부로 이끈 골이고, 1골은 0-0에서 기록한 결승골이다. 포항 이광혁은 5도움 중 4도움을 교체투입 후 기록해 해결사를 돕는 도우미로 각광받고 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선발과 조커의 조화도 강팀으로 가기 위한 요소다. 선수라면 누구나 선발로 나서고 싶어 한다. 풀타임을 뛰어야 자신의 존재가치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고집하거나 불평불만을 가질 경우 팀 밸런스는 무너진다. 결국 조커를 고르고, 그 조커를 관리하는 것 또한 감독의 능력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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