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잡담] 음악 아닌 악수를 파는 日음반시장

입력 2017-10-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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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B48.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슈퍼 걸그룹 AKB48은 8월 발표한 싱글 ‘#좋아해’가 109만 장을 돌파하면서 누적음반판매량(앨범·싱글 통합) 5129만8000장을 기록, 하마사키 아유미(5067만5000장)를 제치고 일본 여가수 1위에 올랐다. 일본 가수를 통틀어도 비즈(8233만9000장), 미스터칠드런(5953만5000장)에 이어 3위다.

2006년 데뷔한 아이돌이 11년 만에 ‘천문학적’ 판매량으로 ‘레전드 밴드’들에 근접한 데에는 ‘남다른’ 판매 전략이 있다. 음반에는 멤버들과 악수할 수 있는 쿠폰이 1장씩 담긴다. 10장이면 10번 악수할 수 있어 팬들의 ‘사재기’를 유혹한다.

‘총선거’ 이벤트는 더 강력하게 사재기 욕구를 부추긴다. AKB48은 약 100명의 멤버로 이뤄져있고, 팬 투표로 대외활동에 나서는 16명이 정해진다. AKB48 음반에는 투표권 1매씩 들어있다. 100장이면 100회 투표할 수 있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멤버가 상위 16인에 들도록 ‘몰표’를 주기위해 최선을 다해 사재기 한다.

이런 기막힌 상술을 두고 현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음악이 아니라 스타성을 파는 것이고, 시장 질서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악수권, 투표권만 취하고 버려지는 음반이 너무 많아 문제시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단일 앨범으로 16년 만에 100만 장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도 음반에 멤버 1인의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넣고 팬사인회도 하지만, AKB48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AKB48은 통산 5000만 장을 넘게 팔고도 미국 빌보드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아시아 가수가 정복하기 힘든 빌보드에서 4주 연속, 그것도 빌보드200과 핫100에 동시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판매량은 누구에 비할 바 없이 값진 성과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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