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고두심X김성균 母子…눈물없이 볼 수 없는 ‘채비’(종합)

114분의 러닝 타임, 극장 안에는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고두심과 아들 김성균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따뜻한 눈물을 자아낼 예정이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채비’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주연배우 고두심, 김성균, 유선 그리고 연출을 맡은 조영준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가장 먼저 조영준 감독은 “4, 5년 전쯤에 방송에서 다큐를 보게 됐다. 그때 50살 지적장애를 홀로 돌보는 80살 노모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마지막에 어머니가 영상편지를 남긴다.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눈빛에서 긍정의 눈빛을 봤다. 그 모자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채비’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언급했다.



김성균은 지적장애인을 연기한 것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지적장애인 연기를 하는데 실제로 살고계신 분들에게 누가 될까 생각했다. 재미있는 장면을 만드는데, 우리가 웃자고 웃기기 위해 만들어내지 말자는 고민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다 재미있게 찍었다”며 “감독님과 다큐를 많이 봤다. 복지관에 가서 그 분들과 만나고 관찰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두심은 김성균과의 호흡에 대해 “김성균이 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응답하라’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는 신을 봤는데, 상당히 다양한 것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아들이 김성균이라고 해서 흔쾌히 시작했다”며 “예전부터 맞췄던 것같은 느낌의 현장이었다. 너무나 가족적인 분위기어서, 처음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균 “장례식 장면에서 계속 웃고 있었어야 했다. 그게 웃고 싶지 않은 마음인데 웃고있어야 했다. 그 부분에서 좀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유선 누나의 경우는 많이 우는데, 또 누나 때문에 힘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울컥했다. 근데 그 모습이 계속 인규의 모습이라서, 참는 게 심정이라 그대로 가지고 갔었다”고 회상했다.



유선은 “문경이 장례식장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 것 같다. 그 이유는 엄마의 사랑을 못받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음에 없는데도 툴툴거리는 과정에서 모녀의 관계를 따뜻하게 못 누린 한이 많았을 거란 생각이 많았다”며 “문경도 엄마의 자식이고, 간절히 기다렸던 외로운 시간에 대한 설움과 상처 때문에 딸 노릇을 못 했다”며 “그것 때문에 그날 많이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깨달음이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동갑내기 김성균과 조영준 감독. 이에 대해 김성균은 “조영준 감독님은 이 작품을 통해 만났다. 감독님과 만나면서 유선 누나가 개입했다. 먼저 소개를 시켜주면서 동갑의 아이 아빠라고 했다. 실제로 만났는데, 배우의 입봉과 감독의 입봉이 달라서 그런지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꾼인 것 같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존경하는 편이다. 이 감독님은 무한신뢰와, 친구이지만 지식의 깊이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약속 받은 작품이 몇 있다”고 말해 앞으로를 기대케 만들었다.



이어 그는 고두심과 다른 작품으로 만나면 어떤 호흡을 맞춰보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선생님과는 ‘채비’를 찍으면서는, 집에서 실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또 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다른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간다. 다음에는 한다면 엄마를 더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아들이었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고두심은 “배우가 가린다는 게 비겁한 것 같다. 근데 내가 좀 비겁하더라. 무서운 영화는 피하게 된다. 그런 작품이 오면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안 했던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핑계를 대자면, 영화가 지방에 내려가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우기가 싫었다. 그래서 영화를 많이 못하게 된 동기도 있다. 지금도 겁이 난다. 방송과는 다른 것이 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영화를 많이 기피했다. 다양한 작품을 못 했다. 그래도 악역은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고 연기 변신에 대해 말했다.

한편 영화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 씨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오는 11월9일 개봉.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