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의 꼬리물기] 괘씸죄로 찍힐까 조마조마 …방송사 눈치보는 기획사들

입력 2017-10-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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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의 급증으로 아이돌 가수들이 방송사 눈치를 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KBS 2TV ‘더 유닛’의 멘토 비(가운데)와 출연자들. 사진제공|KBS

‘괘씸죄’란 윗사람이나 권력자에 거슬리거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여 받는 미움을 뜻한다. 법전에는 없지만, 한번 밉보이면 어떠한 형벌보다 무서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연예계에서도 ‘괘씸죄’는 존재한다. 특히 방송출연에 목매는 아이돌 가수들은 방송사에 밉보였다가 ‘출연배제’라는 ‘형벌’을 받게 되면 가수 홍보에 큰 타격을 입는다.

28일부터 KBS와 JTBC가 나란히 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괘씸죄’에 걸린 이들이 여럿이다. 방송사들은 성공을 거둔 엠넷 ‘프로듀스101’ 후속으로 내놓는 만큼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두 방송사는 화제성 높은 출연자들을 더 많이 출연시키기 위해 ‘피 말리는’ 전쟁을 벌였다. 다만, 여기서 피가 더 바짝 마른 쪽은, 프로그램 제작진보다는 두 방송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기획사들이었다. 한쪽에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켰다가는 다른 쪽에 ‘괘씸죄’에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A기획사는 두 방송사로부터 동시에 출연 제안을 받고 고민했다. 소속 가수들이 많아도 양쪽에 모두 출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B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시켰고, C방송사의 보이지 않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기획사 측은 그간의 적극적인 교류로 인해 C방송사 측이 양해해주리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출연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다져온 관계는 무시되고 ‘괘씸죄’를 적용받아야할 처지가 됐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KBS 2TV ‘더 유닛’의 연출을 맡은 박지영 PD는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출연 거절에 대한 불이익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 PD의 말처럼 두 방송사가 ‘괘씸죄’를 적용하는 일이 없어질지는 두고 볼일이다.

이정연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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