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핀 꽃…극장가는 ‘노배우 전성시대’

입력 2017-10-3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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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사진제공 | 영화사 시선

나문희, 배우 56년만에 첫 여우주연상
윤여정, ‘그것만이…’서 이병헌과 호흡
박인환·신구의 ‘비밥바룰라’ 내년 개봉


70대 노배우들이 영화 주연을 넘어 주연상 성과까지 거두고 있다. 연륜이 묻어나는 관록의 연기로 빚어낸 이야기가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작품성으로도 인정받고 있어서다.

76세의 배우 나문희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최근 열린 제1회 더서울어워즈 영화부문에서 송강호와 함께 나란히 주연상을 받은 나문희는 1961년 데뷔해 연기활동 56년 만에 여배우들이 그토록 원하는 꿈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윤여정도 마찬가지다. 70세인 그는 이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열린 제26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7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20회 판타지아영화제 최우수여배우상 수상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과다. 최근 3∼4년 동안 노배우들의 스크린 도전이 계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주연으로 활약하는 작품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수상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여배우들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사실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 과거 일본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의 숙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 역시 노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인물을 맡아, 노년과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관객에 제시했다. 이들 배우들은 단순히 연기와 작품을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뭉클한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다.

배우 윤여정. 동아닷컴DB


이 같은 활약은 그대로 후배 배우들에 자극제가 된다. 나문희는 여우주연상 수상 직후 “할머니인 나도 상을 받았다”며 “나도 해냈으니 80살이 되어도 주연상을 받는 후배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으로 노배우들의 영화 주연은 계속된다. 스크린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윤여정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연말 극장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아들 역을 맡은 이병헌과 호흡을 맞춰 보여줄 모자의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박인환(72)과 신구(80) 역시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인환은 현재 정재영, 김남길과 코미디영화 ‘기묘한 가족’ 촬영에 한창이다. 이어 11월23일에는 노년의 로맨스를 다룬 ‘푸른 노을’로 관객을 찾는다. 30∼40대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은 내년으로도 이어진다. 박인환과 신구가 함께 주연을 맡은 ‘비밥바룰라’가 내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만은 젊은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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