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세터 노재욱의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입력 2017-1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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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노재욱. 사진제공|KOVO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11일 OK저축은행전과 15일 삼성화재전 선발로 세터 노재욱(25)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이승원이 출장했다.

그러다 19일 우리카드전과 23일 한국전력전에는 다시 노재욱이 선발로 나섰다. 이 2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연승을 따냈다.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노재욱의 토스워크는 절정으로 변모했다. 그 사이 현대캐피탈은 노재욱을 어떻게 재생시킨 것일까.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최 감독은 15일 삼성화재와 V-클래식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 훈련하는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다고 봤다. 노재욱의 안이한 플레이 하나가 발단이었다. 최 감독은 ‘즐기는 것과 절실하지 못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날 밤, 노재욱이 최 감독 방을 찾았다. ‘죄송하다’는 말만 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뜻밖에 노재욱은 “자신 없다”는 고백을 꺼냈다. 디펜딩챔피언 팀의 주전세터로서 받는 중압감을 솔직히 털어놓은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은 아무리 자신 없어도 ‘자신 있다’고 말하도록 교육 받았다. 자신 없다고 말하는 선수는 겁쟁이처럼 여겨지는 풍토다. 그럼에도 노재욱은 진심을 털어놨다. 최태웅 감독이라면 그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캐피탈 노재욱. 사진제공|KOVO


뜻밖의 상황에 접한 최 감독은 15일 삼성화재전에 노재욱을 선발로 넣지 않았다. 그날 현대캐피탈은 완패를 했다. 그날 밤 최 감독은 문성민, 신영석 등 고참들에게 ‘노재욱의 마음을 치유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그 사이 최 감독은 노재욱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노재욱을 선발로 재기용했을 뿐이었다. 놀랍게도 노재욱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 절정의 기량을 회복했다.

현대캐피탈의 전력은 최 감독 부임 이래 최약체에 가깝다. 오레올도, 최민호도 없다. 노재욱의 창의적인 토스가 제약될 환경이다. 그래서 힘들었을 것이다. 그 고비에서 노재욱은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했다. 그런 노재욱을 위해 최 감독과 팀 고참들이 한마음으로 도왔다. 진정한 소통의 힘이다.

절대다수 배구계 전문가들은 현대캐피탈이 지금 이 전력으로 2위로 버티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객관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팀으로서 현대캐피탈의 결속력은 결코 숫자로 찍히지 않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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