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GM을 말한다] 박종훈 단장의 단장론, 그리고 한화의 미래

입력 2017-11-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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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종훈 단장은 KBO리그 1군 감독 출신으로는 최초로 단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단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야구 사랑”이라고 외친 그는 한화를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 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8시즌 한화의 키워드는 ‘올 뉴(All new)’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아픔을 지우고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롭게 도전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수석 겸 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등 이글스의 전성시대를 이끈 인물이 다시 뭉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11월 1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한 마무리캠프는 새로운 한화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이 같은 한화의 변화를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박종훈(58) 단장이다. 두산의 2군 감독과 NC의 육성이사를 거치며 ‘육성 전문가’로 인정받은 그는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박 단장과 마주앉아 ‘단장론’과 ‘육성론’에 대해 들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의 청사진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한화 박종훈 단장.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단장은 건축가, 야구 사랑이 최우선 가치

-단장이란 어떤 자리이며, 단장이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장은 팀을 건축하는 사람이다. 설계자보다는 건축가, 팀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혜도 있어야 하고 신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 사랑이 아닐까. 그래야 넓게 보며 팀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팀은 단단하고 강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을 하면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끝없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사랑은 미움과 갈등과 증오를 낳는다. 즉 내가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가 나를 사랑할 때 무한한 가능성이 생긴다. 모든 것이 용서되고, 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야구인 출신 단장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나는 야구를 하고 있고, 야구를 하는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은 모두 야구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전문가’ 출신 야구인과 ‘비전문가’ 출신의 야구인으로 나뉜다고 본다. 양쪽 모두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지만, 아주 큰 약점도 함께 공유한다. 야구에서 가장 큰 콘텐츠가 바로 경기다. 그 경기와 선수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 경기 자체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전문가 출신 야구인들이 낫다. 하지만 전문가 출신 야구인들은 행정 업무에 부족함이 많다.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페이퍼워크’다. 그 부분에서 나와 같은 전문가 출신 야구인은 비전문가 출신 야구인들을 따라갈 수 없다.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야구만 했기 때문에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시선으로 보기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나는 현장을 지원하고, 야구팀을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확실히,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다.”


-성공 모델로 손꼽는 구단은 어디인가.

“나름대로 많이 찾아보려 한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의 보스턴과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 시절 탬파베이를 주목했다. 탬파베이는 조 매든 감독(현 컵스)이 많은 부분을 만들었다. 컵스가 강팀이 된 데는 엡스타인 단장의 공이 컸다. 어린 시절부터 세인트루이스를 참 좋아했는데, 잠시 부침이 있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꾸준한 강팀의 대명사는 뉴욕 양키스와 세인트루이스인데, 양키스는 자금력을 앞세워 성적을 내는 구단이라고 감히 판단한다. 세인트루이스는 확실한 플랜과 비전을 세우고 롱런하는 팀이다. 가장 성공한 팀의 모델을 꼽자면 세인트루이스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인트루이스의 사례를 한화에 접목할 생각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다. 미국의 그것을 벤치마킹하기에 너무 멀리 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야구 인프라’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냉정히 말해 지금의 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많은 이들이 야구를 사랑한다.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존경받는다. 얼마 전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기간에 TV를 봤는데, 일본의 인기인 100명 가운데 이치로가 13번째였다. 3위는 아베 일본 총리, 1~2위는 연예인이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야구인들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또 인기차트에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쉽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듣고 싶다.

“현 상황을 보면 거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계약 총액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다. 최근에는 팀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FA와 외국인선수다. 외국인선수의 몸값도 굉장히 비싸다. 몇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FA에게 100억원을 주면 거품이라고 한다. 이들은 7~9년간 팀에서 입지를 보여주고 존재감을 입증한 선수들이고, 앞으로의 기대치도 굉장히 높다. 그런데 그들에 준하는 몸값을 외국인선수들이 받는다. 당연히 불확실성도 FA와 견줘 높다.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가 7~9년간 구단에 공헌한 선수들과 동급으로 가고 있다. 물론 지금의 환경에서 FA 선수들이 지금과 같은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 몸값이 높은 것은 맞는데,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르면 어쩔 수 없다. 그 기준을 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외국인선수 몸값을 적정 수순으로 낮추면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한화 박종훈 단장.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육성 전문가’ 박종훈이 그리는 한화의 미래

-한화의 리빌딩은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가.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리빌딩을 하는 게 아니다.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빌딩은 기존의 것에 준해서 뭔가를 바꾸는 것인데, 이는 사용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주전급 선수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육성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감독을 잘 만났고, 선수를 잘 준비시킨 결과라고 본다. 그렇게 선수를 준비시키며 욕도 많이 먹었다. 내가 육성하겠다고 마음먹은 선수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기에 그 관심을 높이기 위한 작업부터 했다. 타인으로부터 ‘대체 무엇을 원할까’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선수를 훈련시키며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감독을 잘 만난 육성파트의 일부’라고 본다. 2군 감독과 육성본부장, 육성이사로서 감독을 잘 만났기 때문에 진행을 잘했다는 얘기를 듣는 게 아닐까.”


-박 단장에게 육성이란 어떤 의미인가.

“하나의 퍼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선수가 성장하기까지 과정이 있다. 어린 시절 모습을 보고 스카우트팀에서 점찍고, 스카우트가 점찍은 선수를 육성해서 다듬고, 마지막으로 감독이 확신을 갖고 기용하는 것이다. 그 단계마다 퍼즐조각을 하나라도 잘못 맞추면 육성이 안 된다. 스카우트, 육성군, 2군, 1군감독까지 진행 과정이 순조로우면 좋은 선수가 만들어진다. 만약에 하나라도 삐끗하면, 그 유망주도 성장하기 어렵다. 이는 공동작업이고, 서로 같은 마음과 생각, 소통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의 한화를 냉정하게 진단한다면.

과도기다. 하지만 명확한 플랜은 있다. 비행기나 배, 자동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준비과정이라고 보면 되는데, 일단 선수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스타든 아니든 야구선수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많은 존경을 받는데도 정작 선수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우리 선수들의 현주소라면 우리가 아무리 ‘변하라’고 강조해도 변할 수 없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빨리 바뀔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우리가 띄우고자 하는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많은 것이 변화했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구단의 당면 과제와 장기 비전은.

“길게 봤을 때는 꾸준한 강팀이고, 단기적으로는 주전급 역량을 확장하는 것이다. 꾸준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에이스다. 에이스, 팀의 1선발은 주로 상대 팀 에이스와 맞붙는다. 그런데 1선발의 승률이 5할이 안 되면, 팀의 승률도 5할을 밑돌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약한 팀이 되는 것이다. 에이스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다. 우리 팀이 에이스를 만들어낼 때까지 ‘뎁스’를 넓힐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에이스가 탄생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강팀이 되기 위해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이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1년 뒤에는 머리가 많이 아프겠지만, 가슴은 따뜻할 것 같다. 한용덕 감독을 비롯한 현장 스태프와 신뢰도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 한화 박종훈 단장


▲출생=1959년 6월 12일(58세)

▲학력=석화초∼신일중∼신일고∼고려대

▲프로선수 경력=OB(1983∼1989년·1983년 신인왕·통산 679경기 타율 0.290·32홈런·231타점·71도루)

▲지도자 경력=LG 코치(1994∼1996년)∼현대 코치(1997∼2002년)∼SK 2군 감독(2003년)∼SK 1군 주루코치(2004∼2005년)∼SK 2군 수석코치(2006년)∼두산 2군 감독(2007∼2009년)∼LG 감독(2010∼2011년)

▲프런트 경력=NC 육성이사(2012∼2015년)∼NC 고양본부장(2015∼2016년)∼한화 단장(2016년∼)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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