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뒤 삭풍, 중소형 FA들에게는 ‘추운 12월’

최준석-정의윤-채태인-이대형(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2018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아직도 활짝 열려있다. 다만 대형 FA들의 거취가 거의 정리되면서 어느덧 파장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시장에 남은 거물급 FA로는 여전히 국내복귀 여부가 불확실한 김현수(전 필라델피아) 정도만을 꼽을 수 있다. 포수 강민호(롯데→삼성), 내야수 황재균(샌프란시스코→kt), 외야수 손아섭(롯데), 민병헌(두산→롯데)을 비롯해 6명만이 FA 계약에 성공했다. 아직도 시장에 대기 중인 14명의 FA들은 하루 빨리 ‘추운 12월’을 벗어나야 할 텐데,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 훈풍 맞은 대형 FA들

발표금액을 기준으로 강민호(4년 80억원), 황재균(4년 88억원), 손아섭(4년 98억원), 민병헌(4년 80억원)은 합쳐서 346억원의 FA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각각 150억원과 100억원을 찍은 이대호(롯데)와 최형우(KIA)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들은 2018 FA 시장이 지난달 8일 공식 개장한 뒤로 속속 계약을 마쳤다. 불과 3주 만에 300억원이 훌쩍 넘는 거액이 이들 ‘FA 빅4’에게 풀렸다. 투수 권오준(삼성·2년 6억원)과 내야수 문규현(롯데·2+1년 10억원)이 그 틈새에서 원 소속팀과 잔류 계약에 성공했을 뿐, 다른 중소형 FA들은 냉정한 시장논리만 확인했다.

김주찬-정근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삭풍 뚫어야 할 중소형 FA들

과도한 보상규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중소형 FA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지명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공허한 목소리일 뿐이다. 김주찬(전 KIA), 최준석(전 롯데), 정의윤(전 SK), 채태인(전 넥센), 정근우(전 한화), 이대형(전 kt) 등 실속을 갖춘 FA들이 이번에도 제법 시장에 나왔지만 차가운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게다가 경제 한파의 영향 때문인지 올해는 kt, 삼성, 롯데 등 3개 구단만이 매수자로 FA 시장에 발을 담갔다. 또 잠재적 구매자인 LG, SK가 중소형 FA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대형 FA들의 행선지가 가려진 만큼 각 구단의 추가적인 전력보강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만을 기다려야 할 형국이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