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스포츠동아DB
● 달라진 후보 기준 왜?
지난해 골든글러브 후보는 총 45명이었지만, 올해는 두 배 가까운 85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부터 후보 선정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경기수와 타격성적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억울하게 탈락하는 선수가 종종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이번에 선정 기준을 해당 포지션의 수비 이닝으로 변경해 후보의 폭을 넓혔다. 메이저리그도 최우수선수(MVP)와 각종 투표에서 후보자 선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자격만 두고 있다는 점을 참고했다. 각 팀 주전선수라면 대부분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수준으로 기준이 완화된 셈이다.
우선 KBO 공식 타이틀홀더는 자동적으로 모든 포지션에서 후보에 올랐다. 포지션별 기준을 보면 투수는 규정이닝(144이닝) 이상 던지면 모두 후보에 포함됐다. 여기에 10승 이상, 30세이브 이상, 30홀드 이상 중 한 가지라도 충족되면 후보 자격이 주어졌다.
포수 및 야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수×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서면 후보가 됐다. 팀 경기수에 5이닝을 곱한 것은 정식경기로 인정되는 기준이 5이닝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매 경기 해당 포지션에서 절반 이상 뛰었다면 후보가 될 자격을 준 것이다.
지명타자는 전문 지명타자보다는 수비와 지명타자를 병행하는 선수가 많아 해마다 후보 선정 기준에서 말이 많았던 포지션이다. 이번에 규정타석의 3분의 2인 297타석 이상 지명타자로 나서야만 후보 자격을 주기로 했다.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 양현종, 정규시즌-KS MVP 이어 황금장갑도?
투수 부문 황금장갑은 가장 많은 26명이 후보에 오른 가운데 20승 고지에 오른 KIA 양현종이 사실상 예약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KBO리그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MVP,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 석권하는 역사를 쓴 그가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거머쥘 태세다.
포수 부문에서 두산 양의지는 올해 후보 중 최다인 4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그러나 롯데에서 활약하다 프리에이전트(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민호가 수비이닝도 많고 타격 성적도 좋아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
KIA 김선빈-넥센 김하성(오른쪽). 스포츠동아DB
● 3루수 외엔 안심할 수 없는 내야수
1루수는 롯데 이대호가 다린 러프(삼성), 윌린 로사리오(한화), 재비어 스크럭스(NC)를 밀어내고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지킬지 주목된다. 2루수는 KIA 안치홍을 비롯해 넥센 서건창, NC 박민우, 롯데 앤디 번즈 등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3루수는 홈런왕 최정을 넘어설 후보가 딱히 없어 보인다. 유격수는 KIA 김선빈과 넥센 김하성이 치열한 득표전을 예고하고 있다. 수비가 중시되는 자리지만 김선빈은 0.370의 고타율로 유격수로서는 23년 만에 타격왕을 차지했고, 김하성은 유격수 중 수비이닝(1163)이 가장 많고 홈런(23)과 타점(114) 도루(16)에서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전 삼성 이승엽-LG 박용택-KIA 나지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격전지 외야수와 지명타자
외야수는 3위 안에만 들면 되지만, 후보 역시 22명이나 되고 기록이 막상막하여서 가장 치열한 쟁탈전이 전개될 듯하다. 지명타자는 이승엽이 은퇴 시즌에 24홈런 76타점을 올리면서 후보에 올라 주목된다. 2015년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령 수상(39세3개월20일)과 최다수상(10회) 기록을 깰지 지켜볼 만하다. 그러나 지명타자 후보 중 LG 박용택이 후보 중 최고타율(0.344)과 최다안타(175)로, KIA 나지완이 최다홈런(27)과 최다타점(94)을 내세우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한편 강민호와 민병헌은 시즌 후 각각 롯데에서 삼성, 두산에서 롯데로 소속팀을 옮겨 황금장갑에 도전한다. 역대로 시즌 종료 후 이적한 팀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9명이었으며, FA 이적 후 수상한 선수는 지난해 최형우를 포함해 7명 있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