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까지 꼬였는데도 웃는 류중일 감독

입력 2017-12-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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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일까? 달관일까? LG의 스토브리그가 험난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부터 선제적 조치에 실패했고, 급진적 세대교체 과정에서 프런트가 받은 내상은 적지 않다. 외국인선수 영입마저 답보 상태다. 그래도 류중일 감독은 “아직 시간이 있다”라며 전력보강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스포츠에서 오프시즌은 전력보강기다. KBO리그의 각 구단도 11월 이후 인&아웃(In&Out)에 한창이다. 그러나 LG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선수단 개편작업에 착수해 2차 드래프트와 보류선수(재계약 대상자) 명단 정리를 거치는 동안 ‘방출’에만 집중했다.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프리에이전트(FA) 영입 또는 이름께나 알려진 외국인타자 보강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반대로 팬들의 아우성은 빗발치고 있다. 일부 베테랑 선수들을 헌신짝 취급했다는 데서 비롯된 원성이다.

당연히 구단 분위기는 무겁다. FA 외야수 손아섭과 민병헌이 차례로 롯데와 계약하는 동안 구단 직원들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두 시즌 동안 활약한 좌완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허프를 자칫 일본(야쿠르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자 더욱 위축된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전개가 가장 걱정스러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류중일(54) 감독일 터. 그러나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류 감독은 이번에도 “아직 시간이 많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 중인 LG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 | LG 트윈스


류 감독은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귀국한 뒤 집이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 3일 오후 상경한 그는 각종 야구 관련 시상식과 행사가 예정돼있는 12월 한 달 동안에는 서울에 머물 계획이다. 비활동기간이라 내년 1월까지는 새 시즌 구상에 필요한 구체적 업무는 사실상 없다. 다만 수시로 양상문 단장을 만나 전력구축 방안을 공유할 뿐이다.

서울로 올라온 류 감독에게 허프의 이탈 가능성부터 물었다. 지난 2년간 13승6패, 방어율 2.66을 올린 허프에게 LG는 일찌감치 재계약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그러나 몸값을 놓고 협상에 난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야쿠르트가 내년 새 마무리투수로 허프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발 언론 보도가 더해졌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허프가 돈을 더 달라고 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구단의 협상을 지켜볼 뿐이다. 잘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허프. 스포츠동아DB


만에 하나 허프와의 재계약이 불발된다면 그동안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마운드 구상도 뒤죽박죽이 될 수 있지만 류 감독은 “아직 12월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른 구단들은 속속 외국인선수 라인업을 완성해가고 있지만, 류 감독은 느긋했다. 이어 “외국인타자는 3~4명으로 추려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밝힌 대로 포지션은 3루로 맞췄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계속해서 “내년 2월 스프링캠프 전까지만 전력구성을 마치면 된다. 아직 시간이 많다”며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류 감독은 ‘전력누수’만 불거진 현 상황에 대해 “감독이랑 코치가 보강되지 않았나”라며 짐짓 여유를 보인 바 있다. 마무리캠프에서 내년 시즌 팀의 주축이 되어야 할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이 많다”는 말의 의미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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