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를 바라보는 최형우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입력 2017-1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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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는 10일 고향 전주에서 ‘최형우 베이스볼캠프’를 개최해 야구 꿈나무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겼다. 기부 활동도 열심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실천하는 선행이다. 사진제공 | 양준혁 야구재단

“난 어릴 때 쌍방울을 보면서 야구를 했는데…”

KIA 최형우(34)는 10일 모교인 전주 진북초등학교에서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를 개최했다. 이날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야구캠프의 열기는 뜨거웠다. ‘양준혁 야구재단’의 양준혁 이사장은 물론 KIA 김세현 나지완 김민식, SK 박정권 박정배와 박재상 코치, 삼성 장원삼 손주인 김상수 등 10여명의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가 일일 코치로 기꺼이 동참해 재능기부를 했다. 캠프에 참가한 전라도 지역 5개 초등학교(군산 중앙초, 군산 신풍초, 군산 남초, 전주 진북초, 여수초) 야구부원과 최형우 꿈나무 장학생들은 TV에서만 보던 프로야구 스타들의 지도에 신이 났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형우는 FA 계약 이전부터 진북초등학교는 물론 전주동중, 전주고 등 모교 야구부에 후원금을 주고 야구장비를 선물해 왔다. 비시즌에 시간이 나면 중·고교 1년 선배로 절친한 박정권과 함께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양준혁 이사장이 진북초등학교에서 최형우의 이름을 딴 야구캠프를 공개적으로 열면서 최형우의 선행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는 “알리려고 한 건 아닌데 일이 커졌다”며 웃더니 “이왕 이렇게 알려져 버렸으니 앞으로 힘이 닿을 때까지 유소년야구를 도와주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 사진제공 | 양준혁 야구재단


최형우는 지난해 말 프리에이전트(FA)로 KIA와 100억원에 계약하면서 ‘양준혁 장학재단’에 2억원의 야구발전기금을 쾌척했다. 양준혁 이사장은 이를 토대로 올해 경기도 이천과 가평에서 최형우의 이름을 딴 전국 규모의 초등학교 야구대회를 연 바 있다. 8월에는 청소년 야구 드림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초·중·고 꿈나무 장학생 20명에게 야구용품을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자신의 고향인 전주 지역에서 야구캠프가 열린 데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찾았다.

“난 쌍방울 야구를 보면서 자랐다. 그런데 지금 전북 지역엔 프로야구 팀이 없다. 그러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전북 지역의 유소년 야구가 다소 침체돼 있다.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가 전주엔 진북초 하나밖에 없다. 군산 등 전북 지역을 다 합쳐도 채 5개가 되지 않는다. 프로야구 구단이 있는 다른 대도시의 유소년들은 프로야구를 직접 구경할 기회가 있지만, 전북 지역의 유소년들은 그런 기회도 드물다.”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 사진제공 | 양준혁 야구재단


그는 이런 상황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이 직접 전주를 찾아 지도해주는 것 자체가 지역 어린이들에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릴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힘들게 야구를 했던 그이기에 “야구 재능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은 더 돕고 싶다”면서 “예전엔 내 앞가림하기도 바빴는데, 이렇게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료 봉사를 위해 멀리서 전주까지 와준 동료 선후배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하더니 “그러나 앞으로 계속 와야 한다. 1년에 한 번씩은 얼굴을 비추기로 했다. 끝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프로야구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선 최형우는 낮은 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라고 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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