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이정후에 강백호까지 고졸루키 천하 지속?

입력 2017-1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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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신인왕 넥센 이정후(오른쪽)가 2018시즌 데뷔하는 대형 유망주 kt 강백호와 행사장에서 함께 자리했다. 이정후는 10년 만에 등장한 순수 고졸 신인왕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프로야구에서 신인왕 타이틀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신인상 수상을 시작한 1983년부터 올해인 2017년까지 ‘슈퍼 루키’의 영광을 손에 쥔 주인공들은 단 35명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수상기준, 경쟁자들을 압도할만한 성적, 팀 사정 등 여러 조건의 박자가 맞아야만 생애 단 한번뿐인 트로피에 다가설 수 있다.

역대 신인왕들 중에서 또 하나의 바늘귀를 통과하는 이들은 바로 고졸신인들이다. 올해 신인왕의 주인공인 이정후(20·넥센)는 2007년 신인왕인 임태훈(당시 두산) 이후 10년 만에 나온 순수 고졸신인 수상자다. 그 사이 10년 가까운 세월은 소위 ‘중고신인’이라 불리는 자원들이 득세했었다. 신재영(넥센·2016년 신인왕), 구자욱(삼성·2015년 신인왕), 이재학(NC·2013년 신인왕) 등 입단년도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선수들이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됐던 이유는 한국프로야구에서만 ‘변수’로 작용될 수 있는 여러 요인들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마추어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진학, 군 문제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선택’을 강요받는다. 누군가는 부모의 뜻에 따라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또 누군가는 팀 사정에 따라 입단 후 곧바로 군에 입대한다. 약관 20살의 나이부터 정상적으로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시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최근에는 과거와 다르게 고졸선수들의 프로 직행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이런 고졸자원 홍수 속에서도 단번에 날개를 편 선수들은 많지 않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계속된 ‘혹사’로 인해 입단 첫 해부터 몸에 칼을 대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순수 고졸 루키의 신인왕 등극이 최근 들어 더욱 더 큰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 양창섭. 사진제공|WBSC


그렇다면 과연 10년 만에 나온 고졸 신인왕 이정후의 다음은 누구일까. 1998년생인 이정후는 이른바 ‘베이징 키즈’의 첫 선발주자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바람을 타고 성장한 황금세대들이 이제부터 속속들이 프로무대에 입성하는 것이다. 고졸자원의 프로직행 바람까지 더해지며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일찍 두각을 드러낼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8년 1차지명에서 kt의 선택을 받은 강백호(kt·18)는 데뷔전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중이다. 여기에 양창섭(삼성·18), 안우진(넥센·18) 등 다른 여러 고졸자원들의 아성도 만만치 않다. 순수 고졸신인들의 신인왕 경쟁이 내년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원년 이래 고졸신인이 입단 첫 해에 KBO리그 신인왕 트로피를 차지했던 경우는 단 8차례 뿐이었다. 1992년 롯데 염종석이 최초의 사례였고, 마지막 주자는 올해 이정후다. 35명 중 8명밖에 없었던 이 ‘바늘구멍’ 사례는 과연 올해를 기점으로 점점 더 늘어날 수 있을까.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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