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강철비’ 엄철우, 정우성이었기에 가능한 캐릭터

입력 2017-12-18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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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영화 ‘강철비’ 스틸컷

영화 ‘강철비’ 속 북한군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 캐릭터는 배우 정우성의 손에서 특별하게 완성됐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다룬 작품 속에서 묘사된 북한군은 처음부터 날이 서있는 듯한 표정과 차가움으로 무장했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다. ‘강철비’의 엄철우라는 캐릭터에는 보편적인 인간미가 먼저 묻어나기 때문이다. 정우성은 인간 본연의 순수한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처절함과 날카로움을 더해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표현해 냈다.

‘강철비’ 엄철우가 정우성이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선하고 깊은 눈빛 때문이다. 양우석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정우성이 가진 순수함과 우직함을 마음껏 표현해 주길 원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그가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들은 강한 느낌의 역할들이 대부분이나 순수한 눈빛으로 각광받았던 작품이 있었다. 바로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정우성은 ‘빠담빠담’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출소한 양강칠 역을 맡아 하얀 눈 같은 순수함과 순애보적인 사랑을 표현해 냈다. 그의 깊은 눈빛은 영화 ‘강철비’에서 더욱 단단해 지면서 빛을 발한다.

엄철우는 복수나 돈, 혹은 명예와 같은 것들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오로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족을 위해, 또 그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동무들을 위해 움직이는 우직한 캐릭터이기에 순수함과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런 순수함, 우직함과 더불어 정우성은 치명상을 입은 북한1호와 남한으로 급작스럽게 내려온 상황에서 느끼는 경계심과 적대심도 날카롭게 표현해 냈다. 비록 다른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아왔지만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는 엄철우. 그는 관객으로 하여금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만들고 동시에 ‘북한군’ 이라는 색안경 없이 한 인간으로 서있는 그를 온전히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강철비’가 따뜻한 인류애만을 강조하는 신파극은 아니다.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답게 수려한 액션장면도 영화 속에 다수 등장한다. 그 중 제일 눈길이 가는 것은 정우성과 조우진의 완벽한 액션 호흡이다. 두 사람은 작품 전반에 걸쳐 치열한 액션을 선보였고 특히 맨몸으로 부딪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정우성은 그간 다른 작품에서 화려한 액션을 소화해왔지만 이번 ‘강철비’ 엄철우의 액션은 조금 더 리얼하다. 바로 처절함 때문이다. 이렇다 할 화려한 무기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강도 높은 액션신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박진감이 넘친다. 거기에 얹어진 정우성의 처절한 눈빛은 화룡점정이라 할 만 하다.

정우성은 가장 우려됐던 평양식 사투리도 수준급으로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특히 영화 속 역할이 북한 요원인 만큼 사투리의 표현력은 관객들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정우성은 관객들의 몰입을 위해 쉬는 시간에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연습하는 철저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 그 결과 평양 시민이자 어깨가 무거운 한 가장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성은 이번 영화 ‘강철비’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임으로써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한 획을 긋게 됐다. 이제는 ‘미남’의 대명사가 아닌 관객들로 하여금 ‘믿고 보는 배우’로 발돋움 할 그를 기대해 본다.

김민경 동아닷컴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영화 ‘강철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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