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과 이동엽 코치가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한국전력전 도중 납득할 수 없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권 감독은 경기 지연으로 인한 경고 조치까지 받으며 저항했지만,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발단은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한국전력전 3·4세트 때, KB손해보험이 거듭 당한 ‘클러치오심’이었다. 3세트에 심판진은 시간적으로 먼저 발생한 한국전력의 캐치볼을 무시하고, KB손해보험의 네트터치를 비디오판독 끝에 지적했다. 이에 불복한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항의하자 벌점까지 줬다. 4세트에서는 한국전력의 네트터치를 KB손해보험 선수가 한 것으로 오판했다. 흐름을 잃은 KB손해보험은 3~4세트를 모두 내줘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납득할 수 없는 패배에 KB손해보험 전영산 단장과 프런트는 20일 아침 KOVO를 항의 방문했다. KOVO 김윤휘 사무총장이 오심을 인정하고, 전 단장에게 사과했다. 21일 상벌위원회가 열린다. 전 단장은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은 아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KB손해보험은 KOVO에 ▲19일 경기 주심의 퇴출 ▲재경기 ▲KOVO의 공식사과 등 ‘최후통첩’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KB손해보험의 사정에 밝은 인사는 “수긍할만한 KOVO의 답변을 듣지 못한다면, 배구단 운영을 재검토할 만큼 격앙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V리그 사상 첫 재경기는 성립 가능할까?
V리그 역사상 재경기는 단 한번도 없었다. KOVO 관계자도 20일 “재경기가 성립되면 (오심이 나올 때마다 재경기를 요구하는) 전례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한 배구인은 “경기 기록지에 KB손해보험 주장이 사인을 하지 않았다. 이는 그 경기가 종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재경기 가능성을 말했다. 그러나 KOVO는 “경기 기록지 사인 여부와 재경기는 관련성이 없다. 과거에도 억울하게 패한 팀에서 사인 없이 가버린 사례가 있었지만 나중에라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배구인은 “재경기를 한다면, 한국전력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부담도 발생한다. 19일의 배구 스포츠토토도 무효가 되버리고, 새 경기를 편성해야하기에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현실적 제약을 말했다.
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심판들의 ‘KB손해보험 때리기’는 사실일까?
배구계에서는 ‘KOVO 심판들과 KB손해보험 사이에 터질 일이 터졌다’는 시선도 있다. 바깥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중 A심판의 오심을 묵과하지 않고, 정식제소 한 적이 있었다. A심판은 그 이후 KB손해보험 경기에 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전에도 심판 판정에 이의를 많이 제기한 구단에 속했다. 이런 의혹의 개연성에 관해 KOVO는 “TV중계 시대에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판정 참사’는 주심을 비롯해 부심, 경기감독관까지 누구도 오심을 막지 못했다. KOVO에서조차 “단순 실수가 아니라 징계가 더 셀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