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49)은 28일 목이 쉬어 있었다. “아직 감독으로서 미숙해서…”라며 웃음을 지었다. 현대건설은 27일 1위 도로공사의 9연승을 저지했다. 벤치의 이 감독은 시종일관 코트에서 역동적 제스처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감독 첫해 팀의 수장이 되어보니 가장 힘든 일은 결국 ‘사람관리’였다. 어떻게 선수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느냐는 화두와 직면했다. 이를 위해 이 감독은 내적으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존중’이다. “여자선수들은 말에 상처받을 수 있다. 공적인 미팅 자리에서 되도록 존댓말을 썼다. 어떤 선수가 실전에서 모자란 점이 발견되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모자란 부분을 훈련시켰다. 말 안 해도 선수들은 스스로 안다.” 현대건설 선수들의 얼굴이 이 감독 부임 후 부쩍 밝아진 이유 중 하나일 터다.
둘째는 ‘융화’다. 포지션별 멤버 구성에서 빈틈없어 보이는 현대건설이 ‘왕조’로 향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기도 했다. 다 잘하는 선수만 있는 현실이 오히려 독이었던 셈이다. 이 감독의 처방은 의외로 단순했다. “‘때문에’를 하지 말자.” 동료 탓하지 말고 내 탓을 하자. 동료들을 배려하고, 감사하자는 ‘덕분에’ 마인드로의 전환이었다.

8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현대건설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현대건설 이다영이 경기에 앞서 이도희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 감독 부임의 최대 수혜자로 세터 이다영이 꼽힌다. 이 감독은 이다영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 듯했다. “이다영은 원래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였다. 시킨다고 아무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다영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낸 조력자는 분명 이 감독이었다. 이다영의 ‘똘끼’를 포용해줬다. 무엇을 하지 말라, 고치라 같은 제약을 없애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라는 자율을 줬더니 잠재력이 터졌다.
배구계에서는 “아무리 잘하는 세터라도 이다영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이 감독이 영입을 않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직접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네가 책임지라는 믿음의 표시”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레프트 황민경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되게 해 주시니 편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기 것만 잘하면 조직은 돌아간다”라고 소신을 말했다. “우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이 감독의 자신감이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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