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GM을 만나다] 고형욱 단장이 말하는 넥센 왕조, 그리고 환골탈태

입력 2018-01-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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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2018시즌,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고형욱 단장은 선수와 스카우트를 경험한 실무형 프런트 리더로서 현장과 교감을 통해 구단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선수 출신 단장이 대세다. 2017년 1월부터 단장직에 오른 넥센 고형욱(46) 단장도 1994~1999시즌 쌍방울에서 뛰며 98경기 3승 2패 1세이브, 방어율 4.30의 성적을 남긴 좌투수였다. 2006~2007년 중앙고등학교 감독을 맡아 지도자 생활을 했고, 2009년부터 히어로즈의 스카우트팀장으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단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2018시즌은 “넥센 왕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공언한 그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이 클 법한데도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증명할 시기가 분명히 올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넥센 고형욱 단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단장으로 부임한지 1년이 지났다. 프로야구단 단장은 어떤 자리라고 느끼는가.

“어떤 일이든 혼자선 할 수 없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우리 팀의 핵심은 건강하고 튼튼한 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팀이 건강하려면 혈액순환이 중요하다. 노폐물이 쌓일 것 같으면 치워줘야 하고, 막힐 것 같으면 뚫어주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건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작업은 무엇인가.

“첫째는 강한 프런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육성팀, 스카우트팀, 전력분석팀 등이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1등이 돼야 한다. 그 힘이 모이면 강한 프런트를 만들 수 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때로는 험난할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일이 터질 수 있다. 그럴 때 함께 격려하고 포용하다 보면 하나의 목표를 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는 강한 코칭스태프다. 어떻게 육성을 하고, ‘엑기스’를 뽑아낼지 고민하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셋째는 선수의 역할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하고 보완해야 험난한 프로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 한마음으로 뭉쳐야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다. 작은 힘이 모여서 강한 팀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단장이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작은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작은 생각, 작은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처음 출발할 때는 작지만, 여기에 살을 붙이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운영팀과 육성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선수를 육성할 때 성격과 성향부터 조사하고 이를 실전에 접목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선수의 성향을 파악하고 지도한다면 기량 향상은 물론 컨디션, 체력 관리도 훨씬 용이하다. 한마디로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큰 생각이 아니다. 작은 생각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은 것이다. 소통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2016시즌까진 스카우트로 명성을 떨쳤다. 단장 부임 후에도 스카우트 본능은 그대로인 듯하다.

“(손사래를 치며)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외국인선수 영입은 국제전략팀 허승필 대리가 잘 대처한 덕분이다. 나는 숟가락만 얹은 것이다. 이정후를 스카우트할 때도 좋은 선수를 파악하고 보고했고, 그에 맞춰서 진행한 것이다. 좋은 스카우트팀과 국제전략팀 덕분에 도움을 받은 것이다.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 관련 부서에서 정말 열심히 잘 도와준 덕분이다.”


-스카우트팀장 시절과 지금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스카우트팀 업무만 잘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육성과 운영에도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스카우트는 물론 전력분석팀과 국제전략팀 등을 아우르며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야를 넓혀야 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게 해야 한다. 박병호의 복귀 또한 김치현 국제전략팀장 등 모두 함께 노력한 덕분이다.”


-선수 출신 단장이 득세하는 시대다. 현역 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단장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떻게 작용하는가.

“지도자 생활도 해봤으니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고, 스카우트팀에서 일하며 어떤 선수가 우리 팀에 필요한지 파악하고,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은 장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으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선수 출신이 아니라도 그만큼 능력이 있기에 단장직에 오른 것이다. 야구인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각자 장단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채워줄 조력자가 있을 것이다.”

넥센 고형욱 단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2018시즌 기점으로 넥센 왕조 구축 목표”

-넥센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한다면.


“2017시즌 중반에 김세현(KIA) 선수를 트레이드하며 공표했다. 내 입장에선 아직 보여준 게 없는데, 2018시즌을 기점으로 넥센 왕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로저스, 박병호 등 투타에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오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일단 박병호가 팀의 중심이 되면 그 앞뒤도 강해진다. 박병호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다른 변수가 없다면 타선은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예기치 못한 변수에 어떻게,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도 중요하다. 그 부분만 잘 준비하면 타선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관건은 마운드다. 다행히 선발 자원은 정말 풍부해졌다. 현장에서 얼마나 완성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구성이 달라질 것이다.”


-2017시즌을 돌아보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트레이드를 단행했을 때와 외국인선수가 부진했을 때 많은 비난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선 내가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당연히 비난할 수 있다. 내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2018시즌을 통해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시기가 분명히 올 것으로 믿는다.”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스카우트팀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왔고, 육성팀에서 잘 키웠다. 코칭스태프는 1군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줬다. 이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한 것이다. 여기에는 고참 선수들의 역할도 크다. 예를 들면, 이택근 선수가 2017년 스프링캠프 때 솔선수범하니 신인들이 깜짝 놀라더라.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직접 보여준 것이다. 이런 환경이 젊은 선수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떨치게끔 선배들이 정말 잘해준다. 스카우트, 육성, 코치, 선수단이 하나가 된 덕분에 젊은 선수들도 마음껏 뛸 수 있는 것 아닌가.”


-넥센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 비전이 궁금하다.

“과제보다는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우승 전력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팀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한 길만 보고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 한 가지는.

“당연히 우승이다. 누군가는 ‘1년밖에 안 했으면서 건방지다’고 하겠지만, 우승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말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넥센의 환골탈태를 위해 준비 잘하겠다.”

넥센 고형욱 단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넥센 고형욱 단장

▲출생=1971년 4월 17일(47세)
▲학력=광주진흥고∼인하대
▲프로선수 경력=쌍방울(1994∼1999년·통산 98경기 3승2패1세이브 방어율 4.30)
▲지도자 경력=중앙고등학교 감독(2006∼2007년)
▲프런트 경력=넥센 스카우트팀장(2009∼2016년)∼넥센 단장(2017년∼)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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