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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을 세트스코어 3-0(6-4 7-6<7-5> 6-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와 4강전에서 만난다. 호주오픈 5회 우승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19회 우승에 빛나는 37살 베테랑 페더러는 정현과 드디어 첫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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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현의 불꽃 앞에 세계랭킹 97위로 호주오픈 8강까지 올라온 샌드그렌도 작은 소용돌이로 잦아들었다. 첫 세트부터 출발이 좋았다. 정현은 1-1 상황에서 샌드그렌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앞서나갔다. 이후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악착같이 지켜내 6-4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는 포핸드 에러가 늘면서 잠시 주춤했다. 샌드그렌의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에 잇달아 실점하며 3-5까지 몰렸다. 그러나 곧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했다. 샌드그렌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해낸 뒤 6-6까지 몰고 가 승부를 타이브레이크(게임이 듀스일 경우 12포인트 중 7포인트를 먼저 획득한 선수가 승리하는 경기단축시스템)로 연장했다.
그리고 벼랑 끝 싸움의 승자는 정현이었다. 샌드그렌은 정현의 끈질긴 스트로크에 인상을 찌푸리며 타이브레이크에서 연이어 에러를 범했다. 정현이 7-5로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하며 2세트마저 최종 7-6으로 따내자, 샌드그렌은 자신의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 총 5차례의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특유의 강심장을 바탕으로 모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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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트는 기세를 탄 정현의 ‘쇼타임’이었다. 상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백핸드로 샌드그렌을 손쉽게 요리하며 최종 6-3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진행된 ‘온 코트 인터뷰’에서 정현은 “현지에서, 또 멀리 고국에서 나를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 계속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정현은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결승행 티켓에 도전한다. 이미 정현은 즈베레프(독일·4위)와 전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까지 이겼다. 정현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의욕으로 충만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