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현장존중’, 후반기 도약 항로 개척할까

입력 2018-01-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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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은 비행기회사다. 비행기는 이륙하는 순간, 탑승자 전원이 운명공동체가 된다. 그렇기에 운명을 공유하는 동지애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정신은 대한항공 기업문화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배구단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 프런트와 선수단 구성을 보면, 프로스포츠 구단으로서 아주 이례적으로 ‘원팀 맨’이 적지 않다. 선수가 기량이 쇠퇴하는 연령에 접어들어도 쉽게 버리지 않는다. 선수나 코치가 은퇴하면 대한항공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다. 대한항공 울타리 안에만 들어오면 평생을 책임지는 일종의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바깥의 이미지와 별개로, 들여다볼수록 대한항공은 선수 처우에서도 ‘정(情)’이 의외로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배려의 문화가 부각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잦은 감독 교체 때문이다. 대한항공 안에서도 말 못할 사정은 있겠지만 감독 선임과 교체에 걸쳐 필연성과 연속성이 희박했음은 인정한다. 그 성찰의 토대에서 대한항공에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 전반기에서 대한항공은 4위라는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예전 같으면 감독이 크게 흔들릴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핵심 관계자는 “이번 시즌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박기원 감독을 믿고 간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기장인 감독에게 임기라는 비행을 마치도록 맡긴 셈이다.

현장에 대한 또 하나의 달라진 예우는 프런트 직원들의 선수단 라커룸 출입 엄금이다. 대한항공 박진성 사무국장은 “원칙이다. 사장님도 들어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24일 삼성화재전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했다. 체력적, 전술적, 정신적 회복의 증거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멤버로도 예상 밖 대승을 얻은 이면에는 흔들릴수록 현장에 힘을 실어준 프런트의 인내를 간과할 수 없다. 현장에 대한 존중을 대한항공 프런트가 학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인 시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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