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청춘을 만나다] 넥센 루키 이재승 “2년간 방황이 날 키웠다”

입력 2018-01-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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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사인한 공을 들고 있는 이재승. 사진제공 ㅣ 이재승

부상 후 긴 재활…동아리서 야구의 소중함 깨달아

192cm, 92kg의 체격과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과 달리 호기심 많은 아이 같은 얼굴을 가진 선수. 바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신인 이재승이다.

이재승은 지난해 7월에 열린 제72회 청룡기 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대회 4강 안산공고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출전해 6이닝 동안 22타자를 상대하며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여 배명고등학교의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이날 보여준 삼진 능력이나 큰 키에서 뿌려지는 152km/h의 빠른 직구는 스카우터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고순위 지명을 받지 못했다. 8라운드 전체 78순위.

이재승은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 털어놓으면서도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자칫 나태해질 수 있던 상황에서 독기를 품는 계기가 되었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보였다. 이처럼 매사에 긍정적인 선수이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성남 중원 리틀과 배명중을 거쳐 배명고에 진학한 그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상으로 야구를 포기해야 했다. 수술이 두려웠고 힘든 재활 기간을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야구 선수가 아닌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독서실에서 매일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야구 동아리에 가입하여 일반 학생들과 함께 야구를 하게 되었다.

그는 “동아리를 통해 야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야구에 대한 나의 진심을 알았다. 야구를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게 어울리는 곳은 그라운드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수술대에 오르는 결정을 했다”고 회상했다.

수술을 받은 뒤 시작한 재활운동은 2학년 말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제야 공을 잡고 그리웠던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꺼운 선수층이 그의 길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모든 투수를 고르게 기용하는 김경섭 감독 스타일상 많은 이닝을 던지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청룡기라는 큰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였고 배명고의 창단 첫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남들보다 더 힘든 야구 인생을 보냈지만, 그는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2년간의 방황과 재활 기간이 나를 성장시켰다. 이 시간들은 ‘프로 이재승’이 되는 데 있어 정말 큰 자산이 될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닌 ‘팬들에게 사랑받고 야구장을 떠날 때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재승.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그의 활약을 많은 팬들이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박영우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pyw20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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