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가 쇠락할 조짐을 보이자 삼성화재는 2017~2018시즌에 앞서 수장을 교체했다. 레전드 신진식을 감독으로 불렀다. 신 감독은 전통의 삼성화재 스타일을 복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성화재가 가장 잘하는 배구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도였다.
신 감독이 일관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말이 “범실을 줄이자”다. 범실을 줄인다는 것은 당위적으로는 반론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의 이면에는 ‘공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실제 ‘도드람 2017~2018 V리그’ 초반, 삼성화재의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서브 방식이었다. 타이스와 박철우가 강서브를 의도적으로 줄였다. 둘은 사이드 공격수로서 삼성화재 주 득점원이었지만 서브에서는 범실이 잦았다. 지난시즌까지는 그럼에도 강서브를 강행했다. 서브가 약하면, 상대팀 리시브가 그만큼 수월해지고 당시까지만 해도 센터진이 약했던 삼성화재로서는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리에이전트(FA) 센터 박상하를 영입하며 삼성화재는 높이가 올라갔다. 서브가 약해져도 정확하게만 들어가면 블로킹으로 막을 확률이 높아졌다. 삼성화재 안에서도 “타이스의 서브가 향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팀 플레이어인 박철우는 경기 흐름에 따라 서브 강도를 조절한다. 물론 아직도 서브 범실이 적진 않아도 개선된 것은 틀림없다.
그 결과,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11연승을 달렸다. 2018년 1월 1일부터 현대캐피탈에 1위를 뺏겼지만 그래도 봄배구는 안정권이다.
26일까지 삼성화재는 공격범실 250개, 서브범실 455개를 기록했다. 두 가지 기록 모두 남자 7팀 중에서 최소범실 3위다.
신 감독은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파괴하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범실율을 줄이고, 디그를 강화하는 실용적 노선을 택했다. 그 결과, 삼성화재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관건은 삼성화재의 효율성이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같은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통할지 여부다. 가령 현대캐피탈은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면서도 공격 범실(219개)과 서브 범실(448개)에서 삼성화재보다 적다.
삼성화재는 “신 감독도 V리그 후반부로 갈수록, 상황에 맞춰 서브 강도를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봄배구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삼성화재도 공격성을 장착할 필요성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전통의 성공 방식과 현재의 트렌드 사이에서 신 감독이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에 따라 삼성화재의 해피엔딩이 걸려있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