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떠난’ FC서울,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다!

입력 2018-05-0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2018년 4월의 마지막 날, ‘황새’가 둥지를 떠났다. 황선홍(50) 감독이 K리그1 FC서울과 결별했다. 경질이 아닌, 자진 사퇴다.

10라운드까지 소화한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서울은 2승4무4패(승점10)로 9위에 랭크돼 있다. 서울 지휘봉을 잡은 2016년 6월부터 쏟아낸 노력과 열정, 아직 28경기가 남아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이기에 용인받기 어려운 성적이다.

황 감독은 1일 전화통화에서 “분위기를 바꿀 특단의 뭔가가 필요했다. (현재 부진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지금이 떠날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즐거운 축구’를 하지 못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 모두 궁극적으로는 즐거운 축구를 바라는 데 그렇게 못했다. 내 역량이 부족했다. 더 많이 배우고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과 그를 보좌해온 강철(47) 수석코치가 함께 떠난 가운데 서울은 지난해부터 2군 선수단을 이끈 이을용(43) 코치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정식 감독은 아니다. ‘감독대행’이다. 이 감독대행은 선수시절이던 2003년 여름부터 이듬해 7월, 또 2006년 여름부터 2008시즌까지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FC서울 이을용 감독대행.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은 일단 올 시즌을 이 대행체제로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대행은 숨 돌릴 틈 없이 업무에 임하게 됐다. 1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상견례 겸 풀 트레이닝을 주도했고, 2일 경남FC 원정경기가 열릴 창원으로 이동했다. 5승2무3패(승점17)로 3위에 랭크된 경남은 상승 흐름이 꺾인 듯 했으나 지난달 29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3-2 승리를 거두며 페이스를 되찾았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서울에게 쉽지 않은 상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5일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를 치른 뒤 12일 강원FC 원정을 거쳐 20일 전북 현대와 홈 대결을 펼쳐야 한다. 실질적인 재정비는 2018러시아월드컵 휴식기에나 가능하다.

서울 선수단도 큰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라운드를 누빈 건 결국 선수다. 수차례 좋지 않은 소문이 흘러나왔다. 완전한 새판짜기에 나선 황 감독의 선택과 지도 방식에 반감을 가진 일부 선수의 태업설과 파벌 다툼 등 치명적인 루머들도 상당하다. 특히 황 감독을 저격한 듯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겨 논란을 일으킨 ‘박주영(33) 사태’는 안 되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줬다. 선수 스스로가 ‘전통의 명문’ 서울의 엠블럼을 달 자격이 있다는 걸 경기력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때 이른 더위와 함께 여름이 성큼 다가왔건만 서울은 봄기운을 만끽하기는커녕 을씨년스런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이냐, 추락이냐. 5월의 서울은 운명의 기로에 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