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홍진영①] “댓글 상처…딱 이틀 아팠죠”

입력 2018-05-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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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영은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다. 각종 행사무대와 예능프로그램 출연, 광고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기회 있을 때 열심히 해야 한다”며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진제공|뮤직K엔터테인먼트

예능 출연부터 작사·작곡까지
‘트로트가수도 다 할 수 있다’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인기는 많아도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묘한 기운 탓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처음 만나도 오래 봐 온 것처럼 반갑게 손 붙잡고 싶은 스타도 있다. 가수 홍진영(33)이 어느 쪽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꾸준한 노래 발표, 전국 각지를 찾아 쉼 없이 오르내리는 행사 무대, 종횡무진하며 매력을 떨치는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 것 같은 홍진영은 분주한 자신의 일상을 즐기면서 “안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기자들의 수다’를 위해 어렵게 시간을 내 마주앉은 날에도 그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행사를 막 끝낸 뒤였다. 인터뷰를 마치고는 대전으로 향했다. 지치지 않느냐 물었더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열정이 남았을 때, 더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특유의 눈웃음도 함께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주인공, 하는 일마다 ‘빵빵’ 터지는 홍진영을 만났다.


-정말 바쁜 것 같다.


“돌아보면 숨도 안 쉬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래도 한 살 더 먹으니 여유가 생긴다. 나는 시간 흐르는 게 정말 아깝다. 실패도 해봐야 경험이 되고, 그래야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으니 바삐 움직인다.”


-인기를 실감하나.


“요즘은 어딜 가도 연세 지긋한 어머님들이 특히 예뻐해 준다. 조금 전에도 백화점 행사에 다녀왔는데 날 보자마자 뽀뽀를 하신다. 엉덩이도 쓰다듬고. 20대, 30대가 모이는 축제에선 또 다른 표현들이 나온다. 그런 맛에 노래한다. 예전엔 내 이름이 홍진경인지, 홍진영인지도 헷갈린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긍정 에너지의 비결 좀 알려 달라.


“많이 웃는다. 요즘 댓글을 보니까 ‘홍진영 억지로 웃는다’는 반응도 나오던데. 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달라진 것? 주사 맞아서 그런가? 하하! 미간을 찌푸리면서 웃는 편인데, 단골 피부과 원장님이 주사로 펼 수 있는 주름이 아니니까 평생 안고 살라더라.”

가수 홍진영. 사진제공|뮤직K엔터테인먼트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인가보다.

“음…. 그렇다. 하하하! 최근에는 진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이틀 정도 정신을 못 차렸다. 지금껏 그냥 흘리고 웃어 넘겨왔던 것들인데 이젠 가슴에 콕콕 꽂힌다. ‘갑질한다’는 댓글까지 봤다. 너무 속상했다. 카레 먹으면서도 울고, 세수하면서도 막 눈물이 났다. 변명을 할 데도 없어서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홍진영의 속앓이는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보인 모습이 발단이 됐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매니저와 절친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였지만 일부 시청자는 이를 두고 눈살을 찌푸렸다. ‘과하다’는 이유였다.

“신인 땐 뭐든 세게 얘기하고 과하게 행동해야 했다. 튀어야 하니까. 그래야 방송에서 편집당하지 않으니까. 녹화는 몇 시간 해도 화면엔 웃는 모습 한두 번 인사하는 게 전부일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좀 독하게 말하면, 화면에 많이 잡히더라. 나도 살아야 하니까. 그때부터 ‘홍진영 독하다’는 말도 나왔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홍진영도 적정선을 찾아가고 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과하게 꾸미지 말자”는 생각이다. 최근 겪은 마음고생도 이틀 동안 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고 혼자 견뎌낸 끝에 탈탈 털어냈다고 했다.

홍진영은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좌절하지 않았다 20대 가수가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트로트의 길로 과감히 들어선 결과 ‘대세’가 됐다. 2009년 내놓은 ‘사랑의 배터리’가 인기의 시작이다. 장윤정, 박현빈이 만든 ‘젊은 트로트’를 더욱 단단히 다졌고, 활동의 폭도 넓혔다. 리얼리티, 관찰, 버라이어티까지 온갖 예능프로그램까지 넘나든다. 최근 내놓은 곡 ‘잘가라’도 인기다. 지난해에는 직접 작사·작곡한 ‘따르릉’을 개그맨 김영철에게 부르게 해 대박을 터트렸다.

홍진영은 “트로트 장르도 폭넓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장)윤정 언니나 (박)현빈 오빠를 보면서 나도 트로트가 젊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듯, 후배들도 나를 보면서 트로트로 시야를 넓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김영철×홍진영의 ‘따르릉’ 앨범 이미지.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따르릉’으로 저작권료를 노리고 있나.

“다들 대박이 났다고 말해줘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돈을 쫓은 건 아니어도 사람 마음이 또 혹시? 그런 게 있지 않나. 주변에서 저작권료 얘길 많이 해서 좀 기대했다. 통장을 보니까, 그게 아니다.”


-강호동이 부른 ‘복을 발로 차버렸어’도 반응이 좋았다. 작곡해둔 노래가 더 있나.


“두 곡 정도 남았다. 한 곡은 ‘뽕’ 발라드, 남은 한 곡은 일반 발라드다. 발라드 가수가 달라고 해서 주려고 한다. 아직은 비밀!”


-아침에 눈뜨면 뭐부터 하나.

“일어나면 아침밥 먹는다. 최근 힘든 일 겪은 뒤엔 살아보겠다고 꼬박꼬박 아침밥 챙겨먹었다. 하하! 요즘은 또 공연의 계절 아닌가. 기업행사, 학교축제, 지역축제 다 간다. 실내, 야외를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선다. 5월 스케줄은 연초에 거의 찼다.”


-‘행사의 여왕’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기분 좋은 말이다. 어떤 상징이 된 거니까. 공연장에 가면 늘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 가수가 되고 싶었을 땐 절실함이 컸다. 무대에 서고 싶어서. 그러니 무대에 서면 충실하려 한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나를 찾아주고 원하는 곳이 있을 때 한 곳이라도 더 가고 싶다”

홍진영의 인기가 감지되는 또 다른 분야는 광고다. 그는 화장품, 치킨 등 8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을 맡고 있다. 최근엔 노래방 기계 광고가 추가됐다. 홍진영은 “올해부턴 특히 대운이 들어왔다더라. 운이 왔다고 해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결혼도 생각해볼 시점일 텐데.

“부모님께 선 자리가 많이 들어오긴 한다. 나는 인위적인 만남은 싫다. (검지에 낀 반지를 들어 보이며) 이 반지를 매일 낀다. 남자친구 있을 거라는 댓글도 봤는데, 진짜 없다. 백화점 갔다가 예뻐서 샀다. 솔직히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있다. 그래도 연애는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하고 싶다.”

가수 홍진영. 사진제공|뮤직K엔터테인먼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홍삼도 먹지만 역시 고기가 최고다. 고기를 사랑한다. 한 달 카드 값으로 가장 많이 쓰는 것도 고기다. 제주 통돼지처럼 껍데기가 살짝 붙은 고기를 좋아한다. 고깃집을 해보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홍진영의 매니저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을 그만 벌이면 좋겠다는 눈빛도 스쳤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함께 출연하는 바로 그 매니저다. 카메라 밖에서 두 사람은 일하는 파트너로서 두터운 신뢰는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홍진영이 보는 홍진영은 어떤 사람인가.


“지치지 않는 사람! 공연 끝나면 피곤하고 지친다. 그러다 다른 공연장으로 가면 또 어디선가 힘이 펄펄 난다. 힘든 몸 이끌고 집에 가서 조금만 쉬어도 또 힘이 나고. 일찍 자기 싫어서 버티고 버티다 쓰러져 잠드는 게 바로 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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