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해 재도전에 나선 프로골퍼 김경태

입력 2018-05-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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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가 겨우내 변화를 준 백스윙 자세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김경태가 겨우내 변화를 준 백스윙 자세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지난해 부진 딛기 위해 4년만의 동계훈련
샷 변화 주면서 서서히 효과 나타나
5년 안에 PGA 투어 재도전 승부수


최근 한국남자골프는 8월 예정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로 분주하다. 대회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군 면제라는 달콤한 열매가 걸려있는 만큼 태극마크를 향한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어느덧 40년이 가까워진 한국남자골프의 금메달 도전사는 출발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2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골프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1986서울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 금메달은 2002부산아시안게임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단단하던 금맥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 가서야 캐졌다. 주인공은 김경태(32·신한금융그룹)였다. 당시 약관의 나이였던 김경태는 판청충(대만)과 치열한 경쟁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단체전에서 다시 한 번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에서 숱하게 정상을 밟은 김경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무관의 아픔을 맛본 뒤 변화를 택한 김경태는 “5년 안에 꿈의 무대인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 | KPGA

한국과 일본에서 숱하게 정상을 밟은 김경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무관의 아픔을 맛본 뒤 변화를 택한 김경태는 “5년 안에 꿈의 무대인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 | KPGA



● ‘아마추어 괴물’에서 ‘일본 챔피언’으로

최근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경태와의 첫 만남 화두 역시 아시안게임이었다. 선발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후배들과의 겨울 라운딩에 기꺼이 나서기도 했던 김경태는 “사실 내 경험은 12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더라. 그저 선배로서 함께 플레이해주는 정도에 그쳤다”고 겸손해하면서도 “후배들 모두 훌륭한 기량을 갖추고 있어 흐뭇했다. 나도 추억이 떠오르는 좋은 시간이었다. 기회가 되면 6월에 한 번 더 라운딩을 하기로 후배들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2006도하아시안게임 당시 개인전·단체전 우승은 ’괴물’ 김경태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하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2승을 올렸던 김경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아시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한다. 2007년 프로 데뷔와 함께 3승을 거두고 대상과 신인상, 최다상금상, 최저타수상을 휩쓴 뒤 이듬해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로 건너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어느덧 일본 무대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넘긴 김경태는 “사실 일본으로 진출했던 2008년은 내 골프 인생의 첫 슬럼프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우승은커녕 시드 유지조차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첫 대회(쓰루야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시드를 확보하면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10년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자신을 “운이 좋은 선수”라고 표현한 김경태는 “2010년과 2015년이 눈에 아직 선하다”고 했다. 2010년은 JTGO 투어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해였고, 2015년은 2014년 시즌 최악의 슬럼프를 딛고 무려 5승을 거두면서 일본 챔피언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시간이었다. 열도 진출 후 첫 대상의 영광 역시 그해 연말 만끽할 수 있었다.

2016년에도 3개 대회에서 정상을 밟으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던 김경태는 지난해 우승과 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경태에게 그 이유를 묻자 진솔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2016년에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원래는 여름과 가을부터 감각이 올라오는 스타일인데 그때는 봄에 일찌감치 3승을 올렸다. 그러면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욕심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과 일본을 왕복하는 비행기를 20번도 넘게 탔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골프 자체가 힘에 부치게 됐다. 골프고 뭐고 다 싫었다. 그렇게 2017년을 맞으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었다.”

김경태. 사진제공|KPGA

김경태. 사진제공|KPGA



● 포기하지 않은 꿈의 무대 PGA

지난해를 트로피 없이 보낸 김경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한다. 지난 3년간 떠나지 않았던 동계 전지훈련에 임하기도 했다. 김경태는 “최근 몇 년간은 2월과 3월에도 계속 대회를 나갔다. 그래서 동계훈련을 따로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에는 샷 교정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5주간 머물며 폼을 바꿨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전지훈련 짐을 싼 김경태는 국가대표 선배 김성윤(36) 코치와 구슬땀을 흘렸다. 중점은 백스윙이었다. 테이크백 동작에서 처음부터 어깨를 열고 한 번에 백스윙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자세를 바꿨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새 동작에 적응을 해나가면서 비거리가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던 백스윙이라 본인의 만족도 역시 높다.

초심으로 돌아간 김경태는 다시 새로운 10년을 꿈꾸고 있다. 그간 이루지 못했던 PGA 투어 데뷔를 위해 다시 도전장을 던질 생각이다. 김경태는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이제는 꿈이 더욱 절실하다. 현재 기량을 고려했을 때 5년 안에 미국 진출 승부수를 던지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꿈을 향한 발판은 일본과 한국 무대에서의 우승이다. 김경태는 자신의 일본 첫 대회였던 지난달 도켄 홈메이트컵에서 3위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고, 최근 국내에서 막을 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공동 16위에 올랐다.

“정말 잠깐이어도 좋다. 가서 후회하더라도 꼭 PGA 투어에 제대로 데뷔하고 싶다”는 김경태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 김경태


▲생년월일=1986년 9월 2일(강원도 속초)

▲신체조건=키 177cm·몸무게 73kg

▲출신교=신성고∼연세대

▲후원사=신한금융그룹

▲프로데뷔=2006년 KPGA 입회

▲입상경력=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개인전·단체전 금메달, KPGA 코리안 투어 통산 6승, JGTO 투어 통산 13승

▲수상경력=2007년 KPGA 대상·신인상·최다상금상·최저타수상, 2010년 동아스포츠대상, 2011년 동아스포츠대상, 2015년 JGTO 대상·상금왕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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