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최강 마무리’ 정우람의 140㎞대 직구, 타자들은 왜 못 칠까

입력 2018-05-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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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람은 기존 마무리 투수들처럼 시속 150km대 빠른 직구를 뿌리는 투수가 아니다. 하지만 공의 회전력과 완벽한 서클체인지업의 팔스윙, 릴리스 포인트 등을 버무리며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도 벌써 14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8시즌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는 단연 정우람(33·한화)이다. 13일까지 올 시즌 15차례 세이브 기회에서 14번을 성공한 것은 마무리투수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증거다. 1.08의 방어율과 0.164의 피안타율, 0.84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그의 안정감을 설명하는 지표다. 무엇보다 그가 마운드에 오른 18게임에서 팀이 17승1패의 경이적인 성적을 거둔 것도 돋보인다. 한화가 22승17패로 3위를 기록 중인데는 정우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자연스럽게 ‘왜 타자들이 정우람의 공을 공략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기본적으로 정우람은 뒷문지기의 ‘트렌드’를 거부하는 투수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들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지녔고, 포크볼과 종슬라이더 등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조합으로 무장했다. NPB와 메이저리그(MLB)를 모두 경험한 일본 대표 마무리로 손꼽히는 사사키 가즈히로,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 후지카와 규지(한신)의 공통점도 그것이다. KBO리그 최다 277세이브를 기록 중인 오승환(토론토)의 주무기도 강속구와 종슬라이더다.

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직구와 서클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정우람은 여타 마무리투수들과 다른 유형이다. 직구 평균구속도 140㎞ 안팎으로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뒷문을 걸어 잠그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꾸준한 노력을 동반한 결과다. 기존의 활약에도 만족하지 않고 하체 중심이동을 연구한 결과 공의 회전력이 몰라보게 향상했다. 기본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제구를 자랑하는데다 직구의 볼 끝 움직임이 좋으니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서클체인지업도 위력적이다. 체인지업은 직구를 던질 때와 같은 팔 스윙을 유지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정우람의 이 동작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다는 분석이다. MBC스포츠+ 정민철 해설위원은 “(정우람의) 서클체인지업과 릴리스포인트, 팔 스윙이 좋다. 특히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가서 던지다 보니 타자들이 한 번에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우람의 또 다른 강점은 포커페이스다.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마무리투수의 덕목 가운데 하나다. 이는 정우람의 차분한 평소 성격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정우람이 평소에도 굉장히 차분한 성격이다”며 “그런 모습이 마운드에서도 나온다. 그러다가도 몸을 풀 때면 ‘전투모드’로 변한다. 정말 믿음직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반색했다. 정우람의 세이브 1위 질주, 그리고 한화의 돌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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