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번엔 많이 까불었죠” 골문 향해 달린 류준열의 통쾌한 한 방

입력 2018-05-23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류준열은 영화 ‘독전’을 통해 “연기하는 재미를 새삼 경험했다”고 했다. “매번 즐겁기만 한 건 아니지만 작업하며 사람들과의 관계가 쌓이면서 재미있는 인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NEW

■ 골키퍼서 최전방 공격수까지…축구에 빗댄 ‘독전’ 류준열의 성장기

관객들에 안정감 못 준 신인 시절
선배들 사이서 역할 깨달은 ‘더 킹’
‘독전’ 흥행 부담감…외로운 전쟁
축구도 영화도 결국 사람이 한다
함께 즐기며 열심히 뛰자고 다짐


축구는 팔과 손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를 쓸 수 있는 운동이다. 발과 다리는 특히 매우 중요한 ‘도구’이지만, 정확하고도 정교하게 둥근 공을 다루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그 정확하고 정교한 몸놀림과 발과 다리로써 공을 다루는 솜씨의 현란함은 수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한다. 발과 다리가 얹는 강한 힘을 싣고 대포알처럼 날아가 골망에 꽂히는 공은 통쾌함까지 안긴다.

22일 개봉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은 주연배우 류준열(32)에게 최전방 공격수로서 날린 통쾌한 한 방의 골처럼 보인다. 2014년 데뷔한 이후 쉬지 않고 골문을 향해 내달려온 4년의 시간 속에서 이제 연기로써 만개해 보이는 그와 그의 신작에 호평이 쏟아지는 덕분이다.


● 골키퍼와 풀백에서 미드필더로


류준열은 2007년부터 조기축구회 회원으로 운동장을 뛰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형의 권유로 축구회에 가입했다.

맨 처음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골키퍼는 운동장에서 유일하게 팔과 손을 쓸 수 있는 포지션. 골망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팔과 손은 물론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임무를 지녔다. 골문을 지키는 실력 좋은 수문장은 공격수와 수비수들에게 큰 안정감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갖고 있는 잔재주로 연명했다”고 지난 시간 자신이 쉼 없이 달려온 운동장을 돌아봤다. 2014년 ‘소셜포비아’로 장편영화에 데뷔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아직은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골키퍼에 불과했다고, 그는 봤다.

배우 류준열. 사진제공|NEW


“내가 지닌 깜냥만으로 눈속임을 한 것이다.”

그래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 수비수를 자임했다. 최종 수비수인 풀백이었다.

“가장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뭔가를 찾으려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좀 더 도전해야 했다. 그건 책임감 같은 거다.”

이후로는 공만 봤다. 공을 다루는 솜씨는 조금씩 정확하고 정교해져갔다. 풀백에서 나아가 윙백, 다시 미드필더가 되었다. 더 넓은 시야로 그라운드와 공의 움직임을 재빠르게 살펴봐야 했다. 더욱 더 조직적이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만나 함께 운동장을 뛰어다닌 선배와 동료들의 틈새에서 부담감 또한 작지 않았다.

“그걸 깨기란 쉽지 않다. 끝내 깨지 못한 게 영화 ‘더 킹’이었다. 지난해 ‘택시운전사’로 만난 송강호 선배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선배가 다가와 함께 만나 좋은 합을 내면 된다는 걸 알게 해줬다.”

미드필더란 본디 그런 것이다. 수비수와 공격수를 오가며 중원을 장악해야 하는 임무를 지녔으니, 류준열은 선배들의 사이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비로소 깨달아갔다.

영화 ‘독전’에서의 류준열. 사진제공|NEW


●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어느새 그는 최전방 공격수가 되어 있었다.

“이번엔 많이 까불었다. 감독과 많은 선배들 앞에서. 잔재주와 내 작은 깜냥으로 해결되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러면 안 됐다.”

‘독전’ 속 마약조직의 실체를 쫓는 형사를 돕는, 조직으로부터 버림 받은 락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는 연기하는 재미를 새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건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저 멀리 골키퍼의 발로부터 날아오기 시작한 공이 중원을 거쳐 자신의 소유가 됐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상대의 골문을 향해 치달아가자면 자신감은 필수적인 마음가짐이 된다.

하지만 골이 아니고서는 승부를 낼 수 없는 운동장 위에서 그 결판의 책임은 온전히 공격수가 져야 한다. 책임을 완수했을 때 비로소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을 얻게 되는데, 최전방 공격수는 그래서 더욱 외로운 걸까.

영화 ‘독전’의 제목은 ‘독한 전쟁(毒戰)’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류준열은 이를 ‘혼자만의 싸움(獨戰)’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마냥 외로운 것만도 아니었다.

“내겐 이전보다 앞으로 해야 할 싸움이 더 중요하다. 그만큼 홀로 싸우기가 가장 어렵다. 스스로 싸워 이기면 타인과 만남도 행복해진다. 사람들 사이의 대립과 다툼도 내가 어리석고 욕심이 많아서 생기는 거다. 내가 나를 이기면 누굴 만나도 행복해질 거다.”

승부의 책임을 최전방 공격수가 지고 있다지만, 류준열은 축구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배우 류준열. 사진제공|NEW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작품을 찍고 함께 밥을 먹고 지내는 그런 시간들. 그 속에서 결국 사람이 남겠구나 싶다. 그래서 영화는 재미있다. 매번 즐겁기만 한 건 아니지만 함께 밥을 먹다 문득문득 느껴지는 순간들. 그런 게 쌓이면 재미있는 인생이 되는 걸 거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지금, 그는 “자고 일어나면 잊고 그저 오늘을 열심히 뛰자”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