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MLB Tracker] 아버지의 이름으로! 게레로 주니어의 폭풍성장

입력 2018-05-23 14:1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론토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을 다투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의 틈바구니에서 늘 손해를 보는 팀들 가운데 하나다.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은 일찌감치 보스턴 아니면 양키스가 예약한 분위기다. 개막 직후 의외로 선전하다 양강이 기세를 올리기 시작하자 5할 승률 밑으로 추락한 토론토는 조만간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전망이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라도 도전할지, 아니면 깔끔하게 물러설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갈림길도 기다리고 있다. 구단내 최고 유망주로 마이너리그 더블A를 평정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9)를 콜업할지 말지다.


●트리플A 건너뛰고 조기승격 이룰까?


박찬호(45) 경기를 TV로 열심히 지켜본 팬들이라면 블라디미르 게레로(43)가 누구인지 잘 안다. 도미니카공화국 태생으로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LA 에인절스에서 주로 활약했던 거포다. 발도 빨라 2차례(2001·2002년)나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난 볼까지 걷어 올리는 ‘배드볼 히터’였다. 그의 아들이 게레로 주니어다. 아버지가 몬트리올에서 활약하던 1999년 3월 태어났다. 출생지도 몬트리올이다.

토론토 구단 역대 2위인 390만달러(약 42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해 2016년부터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미래의 슈퍼스타를 향한 수업을 받고 있다. 2016년 루키리그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1, 8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단계의 싱글A를 거치며 119경기에서 타율 0.323, 13홈런, 76타점을 뽑았다. 올해는 더블A 뉴햄프셔에서 23일 현재 타율 0.423, 장타율 0.692, OPS 1.168, 8홈런, 45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우투우타의 3루수다. 아버지의 ‘야구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가운데 ‘참을성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사정과 맞물려 게레로 주니어를 조기에 메이저리그로 콜업하자는 여론이 벌써부터 비등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3루수 조시 도널드슨(33)을 대체할 유력 후보로 게레로 주니어를 지목하고 있다. 아직 수비력을 더 다듬어야 하지만, 지명타자로라도 활용하면서 빅리그 경험을 쌓게 해주자는 주장이 시즌 초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레로 주니어가 빙엄턴과의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끝내기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21일에도 조기승격을 외치는 목소리가 또 한 차례 강하게 들려왔다. 같은 날 워싱턴은 만 19세의 외야수 유망주 후안 소토를 더블A에서 호출해 LA 다저스전에 곧바로 기용했다.


●주체할 수 없는 ‘야구명문가의 혈통’


게레로 주니어는 야구명문가의 혈통을 물려받았다. 아버지만이 아니다. 삼촌도 메이저리그를 누볐고, 사촌형은 현재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다. 먼저 아버지.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우투우타의 외야수였던 게레로는 1996년 몬트리올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2003년까지 엑스포스에서 8시즌, 2009년까지 에인절스에서 6시즌, 2010년에는 텍사스, 2011년에는 볼티모어에서 뛰었다. 빅리그 16시즌 통산 2147경기에서 타율 0.318, 449홈런, 1496타점, 181도루를 남겼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고, 양대리그에서 총 9차례 올스타의 영광을 누렸다. 은퇴한지 7년만인 올해 당당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삼촌인 윌튼 게레로(44)도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빅리그에서 활동했다. 통산 678경기에서 타율 0.282, 11홈런, 127타점을 올렸다. 투·포수를 제외한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사촌형인 가브리엘 게레로(25)는 현재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 루이빌에서 뛰고 있다. 우투우타의 외야수로 더블A 수준까지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트리플A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 빅리그 경력이 없다. 게레로 주니어가 아버지로 상징되는 야구명문가의 혈통을 살려 언제쯤 빅리그로 올라올지, 또 얼마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부전자전’ 꿈꾸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만이 아니다. 지금도 마이너리그에는 부전자전으로 미래의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여럿 있다. 또 밀워키 3루수 트래비스 쇼(28)는 이미 아버지와 나란히 빅리거의 반열로 올라섰다. 이들 모두는 켄 그리피 시니어-주니어 부자, 바비 본즈-배리 본즈 부자만큼 야구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길 원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마이너리그를 누비는 유망주들 중에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9)와 보 비셋(20)이 눈에 띈다. 먼저 타티스 주니어. 박찬호와 ‘한만두’ 인연으로 유명한 페르난도 타티스(43)의 아들이다. 주로 3루수로 활약한 타티스는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1999년 4월 다저스 선발투수 박찬호를 상대로 전무후무한 ‘한 이닝 만루홈런 두 방’을 날렸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빅리그 949경기에서 통산 타율 0.265, 113홈런, 448타점을 남겼다. 아들은 2016년부터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에 속해 올해는 더블A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아직 빅리그 경험은 없다.

보 비셋은 4차례나 올스타로 뽑힌 강타자 단테 비셋(55)의 아들이다. 타격의 정확성과 장타력, 빠른 발, 수비력을 두루 갖춘 유격수로 게레로 주니어에 이은 토론토 마이너리그 유망주 2위다. 게레로 주니어와 같은 더블A 뉴햄프셔에 있다. 아버지는 1988년부터 2001년까지 빅리그 14년간 1704경기에서 타율 0.299, 274홈런, 1141타점을 올린 우투우타의 외야수였다. 콜로라도 소속이던 1995년 내셔널리그 홈런왕(40개)과 타점왕(128개)을 휩쓸었다.

트래비스 쇼의 아버지는 한때 박찬호의 팀 동료이자 다저스 마무리였던 제프 쇼(52)다. 아버지 쇼는 198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지명돼 1990년 빅리거가 됐다. 1998년 후반기부터 은퇴한 2001년까지 다저스 마무리를 맡았다. 클리블랜드와 다저스 외에도 몬트리올, 시카고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등 총 5개 팀을 거쳤다. 신시내티 소속이던 1997년 내셔널리그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633경기에서 34승54패203세이브, 방어율 3.54다. 아들 쇼는 2015년 보스턴에서 빅리거로 올라섰고, 지난해부터 밀워키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144게임에서 타율 0.273, 31홈런, 101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