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유비 “시를 잊은 나에게…‘시그대’는 삶의 여유를 선물했다”

입력 2018-05-2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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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이유비는 “서른 살이 되는 순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서의 삶은 물론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히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유비, 3년 만에 안방극장 열연

그동안 뭐든 해내야 한다는 압박 강했다
강박서 벗어나니 드라이브만 해도 행복해
복귀작 시청률 저조했지만 팬들 응원에 힘내
곧 서른 살…30대의 새로운 삶이 궁금해지네요


연기자 이유비(28)는 “감정 없이 지내는 게 좋다”고 했다. 자신의 실제 감정과는 상관없이 희로애락을 표현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일을 하지 않을 때만큼은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다. “감정 없이 지내는” 모습에 누군가가 ‘왜 그렇게 우울하냐’고 물으면 이유비는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답한다.

올해는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 “그동안 안 되는 걸 될 때까지 하고, 저에게 주어진 것들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보니 앞만 봤다”며 웃는 이유비는 “이제는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알았다. 지금은 위, 아래, 양옆과 뒤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통해서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실감할 정도로 큰 변화를 맞았다. 2015년 MBC ‘밤을 걷는 선비’ 이후 3년 만에 TV 연기를 재개해 “감을 잃을까 걱정”이 컸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듯 빠르게 적응했다. 바삐 돌아가는 촬영장의 분위기를 몸이 기억했기 때문이다.

“(성격이)밝은 편인데 에너지가 넘치지 않는” 자신의 성격과 정반대 캐릭터의 도움도 받아 기운이 나고 체력이 붙는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첫 촬영 장면부터 머리를 쥐어뜯는 장면이어서 저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이유비는 “연기에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서가 아닐까”라고 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무작정 열심히 하고 마냥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막중한 부담감에 짓눌리기도 한다. 2018년 이전의 이유비가 그랬다.

“예전에는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해내갔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는 동료, 스태프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에는 사람이 남는 거 아닌가. 주인공이라는 책임감에 더 잘하고 싶고, 웃게 해드리고 싶은 간절함이 컸다.”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의 이유비. 사진제공|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유비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통해 팬들이 건네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기쁨인지 처음 그 맛을 알았다. 드라마가 1%대 시청률이라는, 너무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의욕을 잃을 법도 했지만 팬들의 메시지에 “울컥해 눈물이 흐르는 감동”을 받았다.

“시청률에 대해 저보다 더 걱정하는 시청자의 응원을 받으면서 연기하는 기쁨이 뭔지 알겠더라. 하하! 시청자들 반응을 보면서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기도 하고, 제가 의도한 감정이 시청자에 잘 전달됐는지 궁금해서 게시판이나 기사 댓글을 다 찾아봤다.”

열심히 달리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 같으면 고교시절 성악을 전공하며 썼던 다이어리를 통해 “가슴의 뜨거워짐”을 느끼면서 다시 무대로 향할 준비를 했다.

마음의 변화로 인해 일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친구 만나 수다 떨고,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지금은 홀로 기분을 전환한다. 자택인 서울 한남동에서 경기도 남양주까지 드라이브한다. 걷는 걸 좋아해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책을 읽다 좋은 글귀를 찾으면 휴대전화에 입력해두고 작사도 가끔 한다. 네일이나 헤어스타일 변화로 소소한 재미를 찾는다.

시집을 책장에서 꺼내들기도 한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시집과 제목이 같고, 매회 방송 때마다 시 한편이 소개되고, 시를 주제로 드라마가 펼쳐지는 게 흥미로워 출연을 결정할 만큼 평소 시를 좋아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듣는다. 시는 여러 상황을 다양한 형태와 감정으로 표현한다. 다양한 것을 문장을 통해 함축적으로, 그 감정의 색깔이 보이도록 표현하는 게 신기하다.”

연기자 이유비.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이유비는 서른 살이 기다려진다. 현재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제가 동안인가? 지금도 20대 초·중반으로 본다. 하하! 서른이 되면 20대 후반으로 보지 않을까. 서른 살이 되는 순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 하루하루 생각하는 것을 다르게,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보고 싶다.”

이제 이유비는 왕성한 활동으로 3년 공백의 아쉬움을 빨리 떨쳐내고자 한다.

“주변에서 한창 예쁘다고 할 때 열심히 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이번에는 오래 쉬지 않고 차기작을 빨리 결정하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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