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美 연방대법원, 스포츠도박 허용 판결로 본 ‘블랙삭스 스캔들’ <상>

입력 2018-05-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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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꿈의 구장’에서 유령으로 나오는 전설의 타자 조 잭슨.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주장했지만 영구추방 당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8인의 승부조작에 만신창이가 된 월드시리즈


미국 스포츠도박시장 수백조원 규모
새 조세원 찾는 각 주들에겐 매력적
ML 커미셔너, 전체수익의 1% 요구


화이트삭스 주력선수 8명이 작당
져주는 대가로 7∼10만달러 챙겨
메이저리그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99년 동안 닫혀 있던 빗장이 하나 풀렸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15일(한국시간)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스포츠의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스포츠도박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했다.


미국은 1992년 의회가 제정한 프로-아마추어스포츠 보호법(PASPA)에 따라 법 제정 당시 스포츠도박이 성행하던 네바다-델라웨어-몬태나-오리건 등 4개 주에서만 스포츠도박을 허용하고 나머지 주는 불법으로 금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뉴저지지 주가 애틀랜틱시티의 도박산업이 위축되자 스포츠도박을 허용해달라며 몇 년째 법적다툼을 벌여왔다. 이번에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왔는데 9명의 대법관이 6-3으로 뉴저지의 손을 들어줬다. 미 대법원은 “스포츠도박과 관련한 결정은 중요하지만 우리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의회에서 스포츠도박을 규제할 권리가 있다. 만일 의회가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면 각 주에서 자유롭게 스포츠도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스포츠도박의 합법화를 반대해온 메이저리그는 “이번 판결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우린 스포츠경기의 청렴성을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로 리그가 큰 상처를 입었고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던 과거를 기억하는 메이저리그는 99년 만에 타의에 의해 열린 스포츠도박 개방의 거센 물결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 황금알을 낳는 스포츠도박 시장, 유혹만큼 위험도 많아


대법원의 이런 결정이 나올 것을 확신하고 스포츠도박의 허용을 결정한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뉴욕 주도 동참했다. 새로운 세금원을 찾고 있는 각 주로서는 스포츠도박 시장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미국인들이 불법을 피하려고 해외의 온라인 스포츠베팅 시장에 몰린 돈이 연평균 161조원을 넘는다는 자료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미국의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를 수백조원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스포츠도박의 지적재산권은 메이저리그에 있기 때문에 전체 수익의 1%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것이 받아들여질 경우 메이저리그는 최소 1조원 이상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또 한 마리 품게 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가치도 당연히 급상승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긴다. 스포츠도박이 합법화되면 여기저기서 예상 못한 역효과도 생길 것이다. 1919년 메이저리그는 스포츠도박이 경기와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뼈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사건 이후 MLB는 스포츠도박과 높은 담을 쌓았고 모든 관련자의 야구도박은 금지됐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먼지 쌓인 야구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아 있던 블랙삭스 스캔들은 다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 야구역사에 남은 불명예스러운 8명 배신자의 이름


블랙삭스 스캔들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1919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 신시내티 레즈의 월드시리즈 때 화이트삭스 주력선수 8명이 작당해서 경기를 일부러 포기한 것이다. 9전5선승제 시리즈에서 전력상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화이트삭스는 3승5패로 물러섰다.


사건의 주모자는 1루수 칙 갠딜과 에이스 투수 에디 시콧. 가담자는 투수 클로드 레프티 윌리엄스, 유격수 찰스 스웨드 리스버그, 외야수 오스카 해피 플레시, 유틸리티 내야수 프레드 맥뮬린. 이밖에 3루수 조지 벅 위버와 외야수 조 잭슨은 끝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콧은 그해 35경기 완투, 29승8패 방어율 1.82를 기록했다. 주축 투수의 가담 없이는 승부조작이 성사될 수 없었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본다. 윌리엄스는 월드시리즈에서 16이닝동안 12실점 방어율 6.61을 기록하며 3패를 당해 승부조작에 주도적으로 가담했음이 기록으로 확인됐다.


플레시는 월드시리즈 동안 타율 0.192, 2개의 실책을 했다. 의심이 가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리스버그는 승부조작 모의에 참가한 잭슨이 찰스 코미스키 구단주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려고 할 때 협박한 인물이다. 맥뮬린은 시리즈에서 고작 2타석에 나가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가로 7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법원은 기록했다. <계속>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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