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출국에 앞서 축구대표팀 기성용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marineboy@donga.com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진 국내훈련에서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온두라스를 2-0으로 물리쳤으나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출정식으로 꾸며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선 1-3으로 완패했다.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분노는 대단했다. 두 골을 내줘 1-2로 끌려간 하프타임 때 라커룸으로 향하던 중 주장 완장을 집어던지며 화를 표출했다. 평소답지 못한 자신에 대한, 무기력한 동료들을 향한 무언의 메시지였다.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기성용을 스리백 수비라인의 한가운데 포진시키는 실험을 했으나 아직까지 ‘맞지 않는’ 옷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맥 빠진 패배를 당한 보스니아전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했다.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경기 후 기성용은 “내용도 결과도 안 좋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패배가 약이 될 수 있지만 실패를 되풀이하면 2014년 브라질대회에서의 결과가 또 나올 수 있다. 지금의 우린 실패와 성공의 기로에 놓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틀 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 앞에 선 기성용의 얼굴은 여전히 딱딱했다.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하루 전 ‘절친’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이 대표팀 최종엔트리(23명)에서 제외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터다. 이청용의 낙마로 이제 기성용은 유일한 월드컵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경험자가 됐다.
그는 ‘간절함’과 ‘컨디션’을 언급했다. “정말 간절해야 한다. 부상자, 최종예선에서 탈락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 한다. 월드컵에서의 결과는 우리 준비에 달려 있다. 자신의 커리어,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훨씬 열심히 뛸 필요가 있다. 18일 스웨덴과 조별리그 1차전에 맞춰 개인부터 철저히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인천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