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황인준. 스포츠동아DB
그렇게 황인준은 프로 첫 선발 기회를 얻었는데 떨릴 새도 없었다. 게다가 SK 선발은 최고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기대 받을 것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원래 불펜투수였으니 9회에 나왔던 마음으로 던지면 된다”는 KIA 에이스 양현종의 조언을 품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렇게 3이닝(2안타 3사사구 3삼진 무실점)을 버텨냈다. 그 덕분에 계투작전이 적중한 KIA는 4-0 뜻밖의 팀 완봉승을 얻었다.
황인준은 선발통보를 받고 아버지 황대연 전 한화코치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 황인준은 벌써 아이 둘의 아빠다. 그를 따라 광주로 이사 온 아내는 이날 야구장에 왔었다. “선발인 사실을 ‘서프라이즈 선물’로 주고 싶어서 일부러 숨겼는데 아버지가 알려주셨더라”고 떠올렸다.
KIA 김기태 감독은 13일 황인준을 두고 “고맙다”고 말했다. 팀이 어려울 때, 기대치 이상을 해준 데 대한 기특함이었다. 황인준은 2015년 2차 5라운드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공익 입대했다. 돌아온 뒤 육성선수 신분이 됐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5월 다시 황인준을 1군 선수로 올렸고, 보답을 받았다.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