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월드컵] 각본 없는 드라마…월드컵 ‘최고의 이변’은?

입력 2018-06-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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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익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외 상당수 전문가들은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F조 최약체로 지목한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독일, 현란한 개인기의 멕시코, 피지컬이 월등한 스웨덴을 상대로 1승을 챙기기도 버거울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 득점이 많지 않은 종목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변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과거 월드컵에서도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의 묘미를 한층 배가시켜준 이변이 수없이 되풀이됐다. 그 중에서도 ‘역대급’ 이변이 연출된 승부들을 되돌아본다.


● 북한이 일으킨 축구변방 최초의 반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선 북한이 조별리그에서 박두익의 결승골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하고 8강에 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럽과 남미로 양분되어온 세계축구사에서 최초의 파란으로 기억되고 있다. 북한은 8강전에서도 포르투갈을 맞아 먼저 3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으나, ‘흑표범’ 에우제비오에게 4골을 허용하며 3-5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이변의 제물로 8강 진출에 실패한 이탈리아는 귀국길에 성난 팬들로부터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았다.



카메룬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개막전 이변에 휩쓸린 디펜딩 챔피언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선 개막전이 이변으로 점철됐다. ‘축구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워 2연패에 도전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불굴의 사자군단’ 카메룬에 0-1의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기세를 탄 카메룬은 아프리카국가 최초로 8강 무대까지 밟았다. 아르헨티나는 이후 전열을 재정비해 결승 진출을 달성했으나 서독의 벽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카메룬이 방아쇠를 당긴 아프리카축구의 급부상은 비록 월드컵보다는 격이 떨어지지만,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의 우승이라는 또 다른 성과로 이어졌다.


● 개막전 패배&조별리그 탈락에 운 프랑스


개막전의 반란은 12년 뒤 재현됐다. 역사적인 2002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세네갈에 0-1로 발목을 잡혔다. 개막전에 앞서 한국과 치른 평가전에서 다친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은 벤치에서 프랑스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프랑스는 개막전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추가적 수모를 당했다. 반대로 세네갈은 카메룬처럼 8강까지 날아올랐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을 응원하는 시민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꿈★을 이룬’ 대~한민국의 함성


한·일월드컵에선 더 큰 이변의 쓰나미가 엄습했다. 개최국 한국이 주인공이었다. 2승1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은 16강 상대 이탈리아마저 연장 승부 끝에 2-1로 따돌리고 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다. 후반 42분 설기현의 동점골,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의 골든골이 굳게 내려져있던 이탈리아 골문의 빗장을 걷어냈다. 한국은 내친김에 4강전까지 올라 아시아국가의 월드컵 최고 성적을 일궜다.


● ‘미네이랑의 비극’, 브라질을 삼키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약간은 다른 성격의 이변이 세계축구계를 강타했다. 승패가 아니라 스코어였다. 준결승에서 ‘전차군단’ 독일이 ‘삼바군단’ 브라질을 7-1로 대파했다. 195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겪은 ‘마라카낭(경기장)의 비극’에 버금가는 ‘미네이랑(경기장)의 비극’이 브라질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월드컵 개최국이 4골차 이상으로 패한 최초의 사례이자, 브라질축구의 사상 최다점수차 패배였다. 브라질의 굴욕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안방에서 처음으로 7골이나 내줬고, 홈 연승행진 또한 62경기에서 중단됐다. 반면 독일은 월드컵 준결승에서 7골을 뽑은 최초의 팀이 됐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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