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연으로 활약하는 김태리, 최희서, 전종서, 김다미(왼쪽부터). 신인이지만 기본기 탄탄한 연기력으로 충무로의 기대를 증명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아가씨’ 김태리 새 얼굴 욕구 작용
‘동주’ 최희서는 지하철서 캐스팅도
‘버닝’ 전종서도 파격적 연기 호평
‘마녀’ 김다미, 스토리 걸맞는 색깔
김태리, 최희서, 전종서 그리고 김다미….
최근 한국영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등장한 배우들이다.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 이후 ‘1987’과 ‘리틀 포레스트’로, 최희서는 이준익 감독의 ‘동주’(2015) 뒤 ‘박열’ 등으로 이어가며 신인의 티를 벗었지만 여전히 충무로의 시선 속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전종서, 그리고 19일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27일 개봉예정작 ‘마녀’의 김다미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스크린 신예들이 주연급으로 발탁되며 활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영화 ‘아가씨’에서의 김태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새로운 피의 수혈’
우선 새로운 얼굴의 필요성이다. 오디션을 통해 김태리를 꼽은 ‘아가씨’의 제작자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는 “새로운 피를 수혈해보자는 박찬욱 감독과 제작진의 욕구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기성 배우들과는 또 다른 개성을 지닌 신인을 기용해 향후 활약의 토대를 마련하고 더욱 풍부한 배우의 스펙트럼을 쌓아보자는 의지이기도 했다고 임 대표는 덧붙였다.
최희서는 ‘동주’의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발견해 캐스팅했다는 뒷이야기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충무로의 ‘새로운 피 수혈’이라는 필요성이 더욱 절실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김태리와 전종서, 김다미 등은 또 노출과 액션 등 파격적이고 수위 높은 연기를 펼쳐내 호평 받았다. 기성 여배우들이 도전하기 쉽지 않은 표현에 오로지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진부함을 피하려는 연출자와 제작진의 의도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영화 ‘마녀’에서의 김다미.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알려지지 않아 더 필요하다
영화가 그려내는 스토리에 걸맞은 색깔을 지닌 얼굴을 찾으려는 제작진의 노력도 있다. 김다미가 주연으로 나선 ‘마녀’는 한 시설에서 많은 이들이 의문의 사고를 당한 뒤 탈출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리는 미스터리 액션 장르를 표방한다. ‘마녀’의 한 관계자는 “비밀을 지닌 주인공의 얼굴이 매우 중요했다”면서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김다미를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했다. ‘버닝’의 전종서도 그 정체와 행적을 쉽게 읽지 못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로서 신예 기용의 필요성을 알렸다.
하지만 이처럼 신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에는 그만한 ‘리스크’도 따른다. 더욱이 상업영화의 형식 안에서 아직 대중에게 인식되지 못한 새 얼굴을 발탁해 선보인다는 것은 자칫 손실을 감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임승용 대표는 “신인급을 단독으로 내세울 때에는 그럴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기성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아직 신인이 감당해낼 수 없는 무게를 지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태리는 ‘아가씨’에서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등과, 최희서는 ‘동주’에서 강하늘, 박정민 등과, 전종서는 ‘버닝’에서 유아인, 스티븐 연 등과 함께 연기를 펼쳤다.
물론 그 전제는 실력이다. 기본기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신예들이 스크린 안에서 활약하기는 불가능하다. 김태리와 최희서, 전종서가 이미 그 전제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신예들에게 거는 충무로의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읽게 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