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의 한 장면. 사진제공|씨네월드
축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했던가.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꿈을 꾸게 만드는 축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자주 만들어낸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스토리가 쏟아진다. 영화감독 출신의 골키퍼, 치과의사 감독의 아이슬란드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제압한 사실은 축구가 얼마나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축구를 담은 영화도 짜릿하긴 마찬가지. 축구 소재 영화는 꾸준히 제작되지만 2002년 나온 영국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은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낸 작품으로 기억된다. 잉글랜드 축구영웅 데이비드 베컴의 이름을 제목으로 썼지만, 영화 주인공은 베컴이 아니다. 프로선수를 꿈꾸는 인도계 영국소녀가 축구로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다.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릴 순간을 꿈꾸는 소녀 제스는 축구도 잘하고 잘생긴 베컴의 열렬한 팬. 하지만 영국에서 인도 전통을 지키며 사는 그의 부모는 ‘여자가 무슨 축구냐’며 말린다.
가족의 눈을 피해 몰래 공을 차던 제스는 우연히 여자축구선수로 뛰는 친구 줄스를 만나고, 마침내 정식 여자축구단에 입단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인도인의 눈에 제스의 도전은 한심함 그 자체. 언니마저 파혼 위기에 처하면서 제스 앞에 온갖 어려움이 닥치지만 ‘베컴 같은 프리킥을 차겠다’는 꿈은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축구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실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줄스 역의 키이라 라이틀리, 축구팀 코치 역의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물론 엔딩에 깜짝 등장하는 베컴의 ‘리즈 시절’ 모습도 반갑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