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정적에서 동적으로’, 1번타자 트렌드가 변한다

입력 2018-06-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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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경민-LG 이형종-KT 강백호(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1번타자에게 가장 중시되는 덕목은 출루다. 출루는 득점을 위한 첫걸음이다. 야구는 득점 없이 이길 수 없다. 최소 1점을 보장하는 홈런도 출루의 일부다.


과거 1번타자의 역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루해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투수의 투구수를 늘려 힘을 빼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누상에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지만, 타석에선 신중해야 했다. 신중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적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1회 첫 타석에서 초구를 공략했다가 아웃카운트 하나를 까먹으면 비난이 뒤따랐다. 선구안과 상황에 맞는 타격, 작전수행 능력을 모두 갖춘 타자가 1번타자의 표본이다. 4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하는 박해민(삼성)과 이용규(한화)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들어 1번타자의 트렌드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누상뿐만 아니라 배터박스 안에서도 적극성을 띠는 타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19일까지 올 시즌 1번타자가 터트린 홈런이 62개라는 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017시즌 720경기에서 나온 1번타자 홈런(124개)의 절반이 352경기만에 나왔다. 지금의 페이스면 올 시즌이 끝났을 때 1번타자의 총 홈런 수는 약 130.9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1회 선두타자 홈런도 총 9차례나 나왔다. 특히 허경민(두산)과 이형종(LG), 강백호(KT)는 기존 1번타자의 고정관념을 깨트린 이들이다. ‘1회 선두타자’라는 1번타자의 가치를 고려하면,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이들 셋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고 있다.


허경민(3.7개), 이형종(3.7개), 강백호(3.9개) 모두 1번타순에서 타석 당 투구수가 4개 미만이고, 30~40개의 도루를 할 수 있는 주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장타 생산능력이 뛰어나고, 외야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갭투갭 히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 배터리가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투구패턴을 바꾸는 효과도 있다. 허경민이 12일 수원 KT전부터 15일 대전 한화전까지 4경기 만에 3개의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때려낸 것이 좋은 예다.


1996~1998시즌 1번타자로 뛰며 총 12개의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뽑아냈던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제는 강한 테이블세터를 꾸려서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봐야 한다. 한두 점 싸움이 아니다보니 초반부터 난타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KT 최태원 코치는 “타순에 맞는 역할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잊혀지는 것 같다. 공격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투구수를 늘리며 투수를 괴롭히는 부분과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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