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월드컵] ‘어게인 2002’ 도전 세네갈, 아프리카의 꿈 향해

입력 2018-06-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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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축구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폴란드를 2-1로 꺾고 팬들에게 화답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테랑가의 사자’로 불리는 세네갈이 20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강호 폴란드를 2-1로 꺾었다. H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앞선 8위이자,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앞세운 폴란드의 우세가 예상됐으나 FIFA 랭킹 27위 세네갈의 스피드와 투지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세네갈의 이날 승리는 다른 아프리카 4개국(이집트·모로코·나이지리아·튀니지)이 모두 쓰라린 패배만을 거듭하던 터라 더욱 각별했다. 이번 대회 유일의 흑인 사령탑이기도 한 알리우 시세(42) 세네갈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아프리카를 위한 승리였다. 모든 아프리카인이 우리를 응원했을 것”이라며 “언젠가 아프리카국가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네갈은 월드컵 본선 출전이 이번 대회까지 고작 2차례뿐인 ‘언더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데뷔무대였다. 카메룬과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축구를 대표하던 그 시절, 첫 출전임에도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까지 올랐다. 당시 세네갈 주장이 시세 감독이었다. 16년 만에 사령탑으로 변신해 다시 찾은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첫 경기부터 시세 감독의 매직이 발휘된 것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국가의 최고 성적은 한·일월드컵의 세네갈과 더불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의 카메룬,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가나가 달성한 8강이다. 아프리카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모로코가 처음으로 16강에 오른 이후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매번 1개 이상의 16강 진출국을 배출했으나, 아직 4강 이상의 성적표는 받아들지 못했다. 게다가 카메룬과 가나는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이제 한 경기를 마쳤을 뿐이다. 세네갈은 25일 일본, 28일 콜롬비아와 격돌한다. 세네갈이 폴란드를 잡은 것처럼 일본(FIFA 랭킹 61위)도 콜롬비아(FIFA 랭킹 16위)를 2-1로 꺾어 H조는 혼전양상으로 돌변했다. 세네갈이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너머로까지 비상하려면 일본과 콜롬비아를 상대로도 살얼음판을 걷듯 집중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언젠가 아프리카국가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꿈을 시세 감독과 세네갈이 이룬다면 이 또한 멋진 스토리이지 않을까.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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