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6년 만의 재회’ 기성용, ‘런던 황금세대’ 에레라 지워라!

입력 2018-06-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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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기성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2년 7월 26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


대한민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멕시코와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을 펼쳤다. 90분 혈투는 0-0 득점 없이 마무리 됐고, 나란히 토너먼트에 올랐다. 이후 한국은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멕시코는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당시 한국과 멕시코의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한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엑토르 에레라(28·FC포르투)는 지금까지도 양국 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실력자로 통한다. 그렇게 6년의 긴 시간이 흘러 둘은 다시 국제무대 조별리그에서 만나게 됐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이다.



24일 0시 로스토프나도누 아레나에서 격돌할 한국과 멕시코, 기성용과 에레라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멕시코는 놀라운 퍼포먼스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0으로 누르며 기세를 한껏 올렸으나 한국은 모든 걸 쏟아낸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에 의한 페널티킥 실점으로 0-1로 패했다.


다만 목표는 똑같다. 멕시코는 조기 16강 진출 확정을 위해, 한국은 토너먼트 진입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기성용과 에레라의 활약이 더 없이 중요하다. 6년 전 올림픽에서는 기성용이 풀타임, 에레라는 후반 25분 교체아웃 됐으나 이번 대결에서는 나란히 90분 전부를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중원의 마스터 키(Key)로 통하는 둘이다. 수비라인을 먼저 보호하는 1차 저지선이자 팀 공격의 시발점이다. 1차전에서 팀의 명암은 뚜렷하게 엇갈렸음에도 둘은 인상적인 플레이로 러시아를 찾은 유럽 빅 클럽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멕시코 축구대표팀 엑토르 에레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일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한 에레라는 11.591k㎞를 뛰며 멕시코에서 가장 넓은 활동 폭을 과시했다. 기성용 역시 중앙 미드필더로 9.895㎞를 움직이며 안정적인 디펜스를 선보였는데 차이는 공격이었다. 에레라는 로사노의 결승골에 앞서 정확한 가로채기로 빠른 공격을 전개했으나 기성용은 누구를 돕지도 못했고, 도움도 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최근의 기류가 묘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클럽 AC밀란의 시선을 둘러싸고 흥미로운 그림이 연출됐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와 계약이 만료된 기성용에게 간접적인 관심을 보인 팀이 AC밀란이었다. 그런데 독일-멕시코전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매체들이 AC밀란이 에레라를 주목한다고 보도하면서 흥밋거리가 추가됐다.


정신무장은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기성용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스웨덴전 패배 후 “실망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겠다. 멕시코는 정말 강한 상대다.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긍정의 시나리오는 결전의 순간 기성용이 에레라를 지우면서 출발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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