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눈] 약했던 독일과 한결같은 스웨덴

입력 2018-06-24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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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니 크로스가 독일의 자존심을 지켰다. 24일(한국시간) 스웨덴전 후반 종료 직전 슈팅 각도가 좁은 왼쪽 사이드에서 얻은 프리킥에서 동료에게 먼저 짧게 패스한 후 감아 차는 슈팅으로 2-1 역전 극장골을 터트렸다. 이 골로 2018러시아월드컵 F조 4팀 모두 16강 진출 가능성이 살아있게 됐다.


● 4-2-3-1의 독일, 여전히 올라오지 않은 경기력


그러나 독일은 여전히 경기력이 살아나지 못했다. 멕시코전과 같은 4-2-3-1 전형으로 나섰지만 베스트11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중앙 수비에 마츠 훔멜스 대신 안토니오 뤼디거, 중앙 미드필더는 사디 케디라 자리에 세바스티안 루디, 공격 진영에 메수트 외질 대신 마르코 로이스가 기용됐다. 분위기 변화를 모색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에서 달라진 부분은 많지 않았다. 스웨덴이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리고 공간을 최소화시켰는데, 독일은 후방에서 단조로운 패스만을 전개하며 상대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스웨덴 역시 4-2-3-1 전형으로 출발했다. 측면 지역으로 볼을 전달해 크로스에 의존하는 독일의 초반 공세에 스웨덴 수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위치 선정이 좋고 높이가 뛰어난 스웨덴 수비수들은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스웨덴은 공격하다 볼을 뺏기면 아래 수비 진영으로 전력질주해 독일 선수와 볼이 침투하기 전 최소 8명이 완벽한 4-4 형태를 마치 버스처럼 구축했다.
독일은 선수 선발 측면에서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빌드업은 괜찮았지만 수비로 전환할 때 상대 공격을 곧바로 차단하지 못했고, 뒷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단점을 경기 내내 노출했다. 중앙 수비수 뤼디거는 스웨덴 공격수의 압박에 볼을 키핑하거나 패스하지 못했고, 자주 빼앗기면서 스웨덴에게 결정적 득점 기회를 내줬다. 그나마 미드필드에서 안정적 수비를 하던 루디마저 부상으로 일카이 귄도안과 교체됐다. 이후 독일은 흐름을 스웨덴에 내줬고, 전반 종료까지 밀렸다.


볼 점유율은 71대29, 패스 숫자는 699대213, 패스성공률 91%대 77%로 독일이 압도했지만, 유효슈팅은 5대6으로 스웨덴이 오히려 앞섰다. 독일이 공격에서 효과적인 마무리가 부족했고, 수비에서는 스웨덴의 빠른 역습이나 롱 볼 공격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까닭이다.


독일 축구대표팀 토니 크로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느리고 지친 독일


독일은 상대 진영에서 공격할 때 동적인 부분 전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부분 정해진 자리에서 볼을 받고, 다시 패스하는 정적인 플레이를 자주 했다. 밀집수비를 깨뜨리려면, 기본적으로 패스 후 침투, 2대1 월 패스, 3자 침투 등 움직임을 이용한 공간 패스가 자주 나와야 한다. 또한,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는 1대1 돌파를 하거나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수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자주해야 한다. 공격을 시도하다 볼을 잃으면 가장 빠른 속도로 상대를 다시 압박해서 볼을 쟁취하고 빠르게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게겐프레싱(재압박)도 시도해야 하지만 독일 선수들에겐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였다. 독일이 역습할 기회에서도 최전방으로 볼이 연결한 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라인을 같은 속도로 끌어올리지 못해 전방에서 고립되는 현상도 나왔다. 독일은 느리고 지치고 의욕이 떨어져 보였다. 반면, 스웨덴은 전략전술에 충실했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조별리그 최종전만 앞둔 상황이다. 각 팀은 체력 회복과 선수기용 변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치고, 의욕이 떨어지고, 전술 적응도가 떨어지는 선수는 빨리 교체를 결심해야 한다. 팀은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16강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 김세윤 전 축구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 서울 이랜드FC 등 프로팀에서 활동해왔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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